정근모씨 IAEA총장 무산위기…내달선거 앞두고 파문확산

  • 입력 1997년 4월 21일 20시 12분


국제원자력기구(IAEA)차기 사무총장 후보에 鄭根謨(정근모)전과학기술처장관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정박사의 추천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여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정박사를 원자력대사로 임명하고 IAEA사무총장 후보로 적극지원하고 나섰다가 북한잠수함 침투사건이 발생하자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한 나머지 태도를 돌변, 추천을 슬그머니 포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열린 사무총장 선거에서는 3분의 2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선거가 올해 5월중순으로 연기됐다. 국내 원자력계는 이와 관련, 『정박사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국가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어 당선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외무부가 또 정박사의 후보추천을 포기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스 블릭스 현 IAEA사무총장도 정박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權肅一(권숙일)과학기술처장관은 21일 『정박사가 IAEA사무총장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것은 외무부나 과학기술처가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장관은 『외무부가 4자회담 등 남북한관계를 고려해 사실상 정박사를 추천하지 않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와 국제원자력계는 그러나 △남북관계가 지난해와는 다른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고 △우려의 대상인 북한이 최근들어 정박사 추천을 적극 반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원자력계는 특히 한국 정부의 입장이 미국의 영향력 행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인이 IAEA사무총장에 선출될 경우 북한 핵문제와 관련, IAEA를 통해 남북한의 「핵 대화채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姜英勳(강영훈)대한적십자사총재 徐英勳(서영훈)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대표 등 사회각계 대표 7명은 최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건의문을 보내 『한국인이 유엔의 국제기구 대표로 진출하는 것은 국민의 사기를 진작하는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정부가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할 수 있도록 정박사의 진출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청원했다. 또 崔亨燮(최형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趙完圭(조완규)과학기술한림원원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 6명도 별도의 건의문을 내 『정박사의 IAEA사무총장 추대 움직임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원자력학회(ANS) 태평양원자력회의(PNC) 국제원자력한림원(INEA) 등에서 활발히 일고 있다』며 정박사 추천을 강력히 요청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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