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냉매가 사라진다…「열전소자」생활용품 실용화

  • 입력 1997년 4월 22일 09시 14분


김치독에 붙어 있는 명함 크기의 첨단 신소재. 크기는 비록 작지만 냉장고의 대형 컴프레서(압축기)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바로 「열전소자(熱電素子)」다. 열전소자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 한쪽은 차가워지고 반대쪽은 뜨거워져 양쪽면의 온도차가 1백도 이상 난다. 이 열전소자를 활용한 생활용품들이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시장에 선보인 대표적인 제품은 전자 김장독. 김치 항아리를 땅속에 파묻거나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석달이 넘는 기간중 싱싱하게 보존한다. 오래 보관되는 비밀은 열전소자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주기 때문. 20ℓ짜리 대용량 김장독에 들어가는 열전소자의 크기는 겨우 가로×세로 각 4㎝ 정도. 명함 크기만한 이 작은 소자가 김장독 전체 내부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단열재를 이용해 외부에서 열이 침투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주기 때문에 이처럼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다. 열전소자가 달려있는 정수기도 등장했다. 이 정수기는 가장 물맛이 좋다는 4도의 온도로 물을 빠르게 냉각시킨다. 열전소자의 장점은 우선 크기가 작다는 점. 이 때문에 공간이 좁은 곳에 쓰이는 제품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해외에선 고급 승용차에 쓰이는 소형 냉장고나 음료수캔 냉각기 등이 선보였다. 프레온가스나 압축기를 이용한 다른 냉각장치와 달리 흔들리는 곳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해 활용도가 매우 높다. 또 전류의 양만 조절하면 원하는 온도를 1도 단위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고 들쭉날쭉하지 않게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싱싱한 김치와 물맛의 비밀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 소자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금속연구부 현도빈 박사팀은 이를 이용해 냉매나 압축기가 없는 에어컨이나 냉장고를 만드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KIST 황종승박사는 『비용이 문제일 뿐 열전소자를 이용한 대형 냉장고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1백ℓ정도 용량의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박사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열전소자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냉장고에 쓰이는 프레온가스가 지구 환경에는 치명적인 물질인데 비해 열전소자를 이용하면 전기를 이용한 첨단 무공해 냉각 장치가 가능해진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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