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을 달린다]이동통신 부품업체 「KMW」

  • 입력 1997년 4월 23일 08시 35분


코리아마이크로웨이브(KMW)가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의 12평짜리 허름한 작업실에 간판을 내건 것은 지난 91년. 직원이래야 고졸사원 한명과 사장 김덕용씨(40) 둘이 전부였다. 당시 김사장의 꿈은 벤처기업을 창업, 무선이동통신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벤처투자가들은 컴퓨터분야 사업에만 관심을 가질 뿐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연구비를 마련할 길이 없게 된 김사장은 결국 27평짜리 아파트를 처분했다. 그리고는 연탄불을 때는 방두칸짜리 집으로 옮겼다. 나중에는 결혼패물까지 팔았고 처자식을 데리고 또다시 단칸방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비약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지난 93년. 눈물겨운 노력끝에 국내최초로 이동통신기지국 비상용 스위치인 「RF5:4 스위치」를 개발했다. 이어 각종 기지국용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코리아마이크로웨이브는 국내 이동통신부품생산을 이끄는 선두기업 ㈜KMW로 자리잡았다. 창업 첫해인 91년말 3천만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백40억원을 넘어섰다. 얼마전엔 CDMA방식의 기지국 핵심부품 중 절반 가량을 국산화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매출목표는 5백억원규모. 김사장이 특히 힘을 쏟는 것은 기술개발 투자. KMW의 올해 신기술 연구개발 투자비는 무려 매출액 대비 12.5%에 달한다. 올해는 4백70여명의 임직원이 똘똘 뭉쳐 기지국시스템 운영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지난달엔 석박사급 러시아과학자 16명을 스카우트, 부설연구소에서 국내연구진과 함께 일하도록 했다.〈金泓中기자〉 ▼ 김덕용사장 인터뷰 ▼ 김덕용사장이 처음 이동통신 부품의 국산화에 뛰어들었을 때 주위에선 그를 「돈키호테」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동통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신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때문.『당시만 해도 기지국용 부품개발은 대기업조차 엄두를 못낸 사업이었어요. 단돈 4만원이 없어 아이들을 유치원에 못 보내는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성공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김사장은 80년대 대우통신연구소에 5년간 근무하면서 자나깨나 창업을 꿈꿔왔다고 한다. 이를 실천에 옮기려고 김사장은 삼성HP로 전직, 2년간 영업을 배운 뒤 탈샐러리맨의 길을 걸었다. KMW의 기술력은 세계적. 통신 분야의 권위지인 미국 「마이크로웨이브」(지난해 10월호)가 이 회사의 독자개발제품을 표지모델에 올렸을 정도다.김사장은 『세계각지에 KMW의 기술력 이미지를 심어놓기 위해 한달에 일주일 가량을 미국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무선통신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상위수준의 기업으로 올라 세계적인 「명작」을 남기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 창업초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던 김사장의 사무실에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한구절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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