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양인상/열과 온도

  • 입력 1997년 5월 10일 09시 49분


우리는 차가움이나 따뜻함의 원인과 그 정도를 나타내는데 열과 온도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열이란 어떤 물질이 아니라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다. 온도는 이 에너지가 물질 속에 분포할 수 있는 방법의 가짓수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분포방법이 많으면 온도는 낮고 분포방법이 적으면 온도가 높다. 열과 온도를 물통 속에 담은 물과 비유를 하자면 물 자체에 해당하는 것이 열이고 물 높이에 해당하는 것이 온도다. 같은 양의 물을 담더라도 물통이 작으면 물의 높이가 높아지는 것처럼 같은 열량이라도 열을 담는 그릇이 작을수록 그 온도는 더 높다. 온도를 차갑거나 따뜻한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겨울철 야외에 있는 나무의자와 쇠의자에 번갈아 앉아보라. 두 의자는 분명 같은 온도임에도 쇠의자가 더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쇠의자는 열이 쉽게 전달되어 우리 몸으로부터 열을 잘 빼앗아 가는데 반해 나무의자는 열이 쉽게 전달되지 않아 열을 덜 빼앗기 때문이다. 온도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섭씨 온도계는 1기압하에서 물이 어는 온도를 0도로 하고 끓는 온도를 1백도로 하여 그 사이 눈금을 1백 등분한 것이다. 줄(Joule)이라는 사람은 실험을 통해 열이 일과 같은 에너지의 일종임을 증명했다. 열에너지에서 일에너지를 뽑아낼 수도 있는데 증기기관이나 증기터빈이 그 예다. 그러나 열이 일에너지로 모두 바뀔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열이 온도가 높은 곳에서 온도가 낮은 곳으로 흐를 수는 있지만 그 반대로는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 부른다. 내뿜어진 연기가 확산되어 퍼지기는 하지만 한번 퍼진 연기가 다시 모이지 않는 현상을 표현한 법칙으로서 자연현상은 가만히 내버려 두었을 때 무질서한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이유는 무질서한 상태가 확률적으로 가장 일어나기 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무질서의 정도를 엔트로피(entropy)라고 하며 이 법칙을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라고 한다. 양인상<이대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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