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한국 「CDMA」기술 『1인자』

  • 입력 1997년 5월 16일 08시 20분


《한국형이동통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 세계시장을 향해 힘차게 발진을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특히 통신시장의 세계적인 조류가 차츰 CDMA로 굳어지면서 죽을 쓰고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견인차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상승무드의 결정적 원인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CDMA의 상용화에 성공, 독창적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 국내에선 CDMA 하나로 기업판도가 바뀌고 있다.통신장비업체인 LG정보통신을 보자. CDMA 기술력을 토대로 몇년간 고속성장을 계속하면서 지난 95년 5천2백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이 지난해 8천2백억원, 올해 목표는 1조3천억원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LG텔레콤에 2천억원어치 개인휴대통신(PCS)장비공급과 5천억원 규모의 휴대전화 신규매출이 예상돼 목표를 초과할 전망.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60% 이상 외형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이동통신 CDMA 상용화 덕분에 10위권 밖이었던 그룹내 매출랭킹이 올해 7위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 그룹내 발언권이 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CDMA 가입자를 자랑하는 SK텔레콤. 지난해초 CDMA 서비스를 실시한 이래 1년반만에 1백20만명이 가입했다. 그 결과 매출액이 95년 1조3천억원에서 96년 2조6천억원으로 100% 수직상승했다. CDMA만으로 1년전에 디지털 휴대전화서비스를 시작한 신세기통신도 올해말 1백만 가입자를 돌파한다. 서비스 시작 전의 막연한 불안감을 씻고 이젠 자신감에 넘쳐 있다. 지난 4월말 중국 북경(北京)에서 열린 이동통신세미나에서도 화제는 단연 「한국의 CDMA」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분야에서 보잘것 없었던 한국이 단기간에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CDMA 상용서비스에 성공하고 이동통신강국으로 올라선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 TDX이어 통신산업 재도약 ▼ 중국은 GSM을 앞세운 유럽업체들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시장. 중국정부가 최근 CDMA를 복수표준으로 선정한 데는 이웃인 한국의 CDMA 성공에 자극받았다는 뒷얘기. 중국은 삼성전자를 모토롤라 루슨트테크놀러지(AT&T의 통신장비부문 업체) 노던텔레콤 등 미국 통신업체들과 나란히 CDMA 시범서비스업체로 선정,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최강」 미국에 조금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CDMA. 80년대 국산전자교환기 TDX의 개발에 이어 국내 통신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고 해외진출의 선봉장 노릇을 할 수 있는 또하나의 「효자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93년 당시 尹東潤(윤동윤)체신부장관이 『CDMA를 디지털 이동통신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제2이동통신 사업자(현 신세기통신)는 CDMA방식으로만 서비스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 가입자 적체해소 “큰몫” ▼ 이동전화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곧 포화상태에 도달, 필연적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미국 유럽의 어느 업체도 당시 상용화할 시분할다중접속(TDMA)기술을 우리나라에 주려고 하지 않았다. 돌파구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첨단기술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CDMA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벤처기업 퀄컴사가 상용화에 필요한 「물주」를 찾고 있었다. 金彰坤(김창곤)정보통신부기술심의관은 『우리는 퀄컴의 기술이 필요했고 퀄컴은 우리의 돈이 필요해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퀄컴의 CDMA기술을 사와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 LG 현대 맥슨전자 등 업체의 연구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CDMA 서비스기술을 개발했다. CDMA서비스를 맡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로부터 3년, CDMA는 이동통신 황무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한국의 성공을 보고 중국 일본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 잇따라 CDMA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TDX시장이 한계에 이르러 고민하던 국내 통신장비업체들도 CDMA의 신규 수요창출로 아연 활기를 찾았다. 정부의 일관된 CDMA정책으로 이동전화 가입자 적체해소와 기술축적 산업활성화 등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이제 관심은 해외진출. 이미 국내 통신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徐廷旭(서정욱)SK텔레콤사장은 『PDC란 독자적인 TDMA방식만 고집하던 일본이 최근 CDMA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일본 최대의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2002년 월드컵때까지 광대역 CDMA를 개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서비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美―유럽 틈새시장 공략 ▼ LG정보통신은 미국의 PCS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와 3억달러 규모의 장비공급계약을 했다. 「현장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지만 이 수출이 성사되면 그동안 일방적으로 통신장비를 수입해오던 미국에 드디어 국산 CDMA의 깃발을 꽂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GSM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CD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국내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으로 양분된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하면 의외로 좋은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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