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전화설비비 환불방식 『고민』

  • 입력 1997년 5월 27일 08시 33분


전화설비비(서울의 경우 24만2천원, 전국 평균 21만원)를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한국통신이 크게 고심하고 있다. 전화가입 때 내는 설비비는 전화적체가 심했던 70년대초 한국통신이 막대한 시설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나중에 돌려주는 조건으로 가입자에게서 받은 것으로 무려 4조2천억원 규모. 그러나 최근 들어 통신사업이 전면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한국통신이 이 돈을 계속 무이자로 쓸 명분이 없어졌다. 데이콤 주도의 제2시내전화사업자는 사업권을 획득하기도 전에 전화가입비를 9만원으로 낮추겠다며 한국통신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난처해진 것은 한국통신. 경쟁에 따른 거듭된 요금인하로 채산성이 악화된데다 전화가입이 포화상태에 달해 상환능력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5천억∼6천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던 것도 옛날 얘기고 올해는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된다. 따라서 4조2천억원이나 되는 전화설비비를 가입자들에게 선뜻 돌려줄 형편이 못된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은 경영에 주름살을 주지 않으면서 설비비를 반환할 묘안을 찾고 있다. 우선 가입자들에게 설비비 대신 한국통신 민영화계획에 따라 정부가 순차적으로 매각중인 한국통신 주식을 나눠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통신은 장외거래가보다 조금 싼 3만원 정도면 가입자들이 납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한국통신 주식의 20%가 전국민에게 고루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주식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보통신부도 정부투자기관의 부채를 떠앉게 돼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보고 「한국통신 주식매각과 설비비반환은 별개 문제」라는 태도다. 둘째는 가입비를 제외하고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돌려주는 방안. 이 방법은 2조원 가량의 현금이 당장 필요해 통신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통신사업 특별회계에서 한국통신에 2조원 가량 대출해주고 장기상환받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은 주식으로 반환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가입자들의 희망에 따라 현금과 주식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중에 방법이 확정돼 연말쯤 설비비 반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