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개그맨 서경석입니다.
신문에서 독자(시청자)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돼 정말 느낌이 새롭군요. 연기할 때는 「이 대목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오겠지」하고 예상도 해 보는데 막상 글로 쓰자니 독자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솔직히 걱정도 됩니다. 글솜씨도 없는데 쩝. 여하튼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동아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컴퓨터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오죽하면 대학교 때 별명이 「언플러그드(코드 빠진)경석」이었겠어요. 에릭 클랩톤(세계 3대 기타리스트)처럼 전자악기를 안 쓰고 언플러그드 음악을 하는 가수가 당시 인기였거든요.
그래도 컴퓨터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최근까지도 「어떻게 해야 컴퓨터를 잘 할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난 적이 없었거든요.
초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 남의 집에 얹혀 살아야 했죠. 제가 처음 컴퓨터를 본 게 바로 이때였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전 늘 친구들과 오락실로 달려가곤 했죠.
그런데 집주인 아들은 오락실을 안 가는 거 있죠. 모범생도 아니면서. 어느날 저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더니 PC를 보여줬어요. 오락을 컴퓨터로 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아무튼 그 녀석의 자랑을 듣고 그날 밤 어머니에게 컴퓨터를 사 달라고 난리굿을 폈습니다. 먹고 살기도 급한데 컴퓨터가 무슨 말이냐며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은 뒤 기절하듯 잠이 들었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충격은 더 했어요. 교수님들이 워드로 쓰지 않은 과제물은 안 받겠다고 했는데 워드가 뭔지조차 몰랐죠. 문장이 아닌 단어(워드·word)로 나열하라는 줄 알았지 뭡니까. 그뒤 친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잘리지 않을 만큼은 컴퓨터를 배우게 됐습니다. 수업료로 술값을 엄청 날리기는 했지만요.
제가 책을 쓸 정도로 컴퓨터를 잘 하게 된 계기요? 솔직히 저는 지금도 컴퓨터를 잘 못해요. 얼마전 SBS라디오에서 「PC통신」을 진행하면서 좀 배우기는 했지만 책을 쓸 정도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책을 썼다」는 편이 정확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컴퓨터 책」은 제가 컴퓨터를 배워 온 과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모르는 것은 친구나 컴퓨터를 잘 하는 스태프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친구들은 『너도 책을 쓰니 말세다 말세』라고 하지만 전 정말 뿌듯합니다. 아직 컴맹인 분은 이 책으로 저와 함께 배워 보자구요.
서경석(MBC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