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새풍속도]『PC가 동료』 해외지사 1人시대

  • 입력 1997년 9월 26일 07시 35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디트로이트 1인무역관의 이채경(李采慶·45)관장은 침실옆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열어 E메일 공문을 확인하는 것으로 아침을 맞는다. 몇해전 본사에서 온 수북한 팩스 공문을 한장씩 자르고 대장에 기록하는 등 허겁지겁 맞던 아침과는 사뭇 다르다. 서류정리 바이어상담은 물론 본사보고 정보수집 등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처지라 아내를 사원 이상으로 부려먹었지만 이젠 혼자 해도 여유가 있다. 인터넷에서 미국의 주요신문을 주제별로 검색, 주요 정보를 발견하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본사에 보고한다. 이는 전세계 1백15개 무역관을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한 KOTRA―NET를 통해 국내업계에 그대로 전달된다. 삼성물산 장영준(張英準·35)씨 역시 1인지사를 운영하면서 정보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년전 처음 미얀마 양곤으로 발령받았을 때는 무엇보다도 혼자라는 외로움이 가장 두려운 「적」이었다. 그러나 본사와의 완벽한 통신망 덕분에 오히려 국내에서 재택근무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때가 많다. 삼성그룹 통합전산망인 「싱글」을 통해 온라인 결재는 물론 그룹내 시시콜콜한 소식까지 리얼타임으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 특히 「이야기사랑방」에 들어가면 본사 임직원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선배들이 자랑하는 「텔렉스시대의 재미」가 없어져 아쉬울 때도 있다. 텔렉스로 교신하던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인지사에는 텔렉스가 없어 호텔이나 우체국을 찾아야 했는데 운이 좋으면 경쟁사나 경쟁국 지사앞의 고급정보를 입수할 수도 있었다는 것. 하루가 다르게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해외1인지사가 늘고 있다. 본사와 연락 취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랐던 과거와는 달리 상사맨들이 혈혈단신으로 현지를 누비며 1인다역을 해낼 수 있게 됐기 때문. 무공은 현재 45개 1인무역관을 운용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86개 지사중 19개, 현대종합상사는 66개 지사중 12개가 1인지사다. 인터넷이 불가능한 오지(奧地)까지 전세계항공서비스망(SITA)을 통해 연결하고 있는 ㈜대우도 86개 지사중 1인지사가 20여개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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