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샌타페이연구소(SFI)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영역을 가로지르는 「학문 융합」의 대표적 산실.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수학 경제학 면역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학문간의 벽에 도전하고 있다.
학문 공동체의 새로운 연구방향을 찾고 인류가 직면한 고민과 문제를 해결, 규명하려면 각기 따로 노는 학문이 아니라 다면체적 다학문적(多學問的) 접근이 불가피하기 때문.
84년에 세워진 SFI는 비영리연구소. 학부생부터 원로 학자까지 1백50여명의 연구자가 전세계에서 모여 공동연구를 한다. 캠퍼스는 식당이건 휴게실이건 다양한 전공, 다국적 인종간 토론장이 된다.
연구자들은 개별학문이 접근하지 못하는 광범한 세계현상의 기초에 깔려 있는 배경과 규칙성인 이른바 「복합적 실체」에 대해 파헤치고 토론한다.
일례로 생물학자와 경제학자 등은 개미의 의사소통 형태로부터 경제시장에서의 정보유통방식에 이르기까지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맡는다.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사회정치조직에 대한 토론에 정치학자 외에 생화학자가 참여한다. 주식시장에 대한 분석에는 경제학자 말고도 개인의 정보획득에 따른 역동적 거래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물리학자가 참여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전통적인 학문범주로 분류하기가 힘들다. 질문의 어떤 부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고 많은 학문영역에 공통적으로 관계되기 때문이다. 학자들 스스로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개념을 정의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일 경우 연구소를 떠나더라도 전자우편 팩스 전화 교환방문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동연구를 해나간다.
SFI는 새로운 연구주제가 비록 수년이 걸리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과학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내용이 있다면 도전한다. 이러한 연구를 기초로 복합체의 새로운 이론과 모델을 개발, 경제학과 인지과학,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역사적 복합성과 동태적 진화 등의 연구에 크게 기여해왔다.
96년부터 연구성과를 모은 「컴플렉서티」(COMPLEXITY)라는 학술지를 출간하고 있다.
〈조헌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