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을 하루에 한 명씩 불러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비전을 들어보는 사이버토론회가 세계 최초로 시작된 것이다.
다섯명의 대선 후보중 첫날 주인공은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젊음」을 무기로 내세운 이후보는 20, 30대 사용자가 주축인 PC통신 토론회는 자신있다는 듯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답변하고 있다.
이후보의 양쪽 옆에는 사회자와 다섯명의 패널(토론자)이 나란히 앉아 돌아가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박찬호선수가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메이저리그를 「휴직」하고 국내에 들어와야 마땅할까요』
『검찰의 음란만화 단속이 계속되고 있는데 영화 소설에서는 괜찮고 만화만 안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21세기 선진국이 되려면 정보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는데 어떤 비전과 정책을 갖고 계신가요』
토론회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은 즉시 온라인으로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국내 4대 PC통신을 통해 중계된다.
손놀림이 빠른 한국CAS속기협회의 타자수들이 현장에서 패널리스트의 질문과 후보의 답변 내용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입력하는 것이다. 덕분에 네티즌들이 늦은 밤 가정에서 PC통신이나 인터넷으로 토론회 실황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토론장 정면에는 인터넷 중계용 카메라가 쉴새없이 돌아간다. PC통신 업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동아일보의 인터넷 신문인 마이다스 동아일보에 접속한 네티즌들은 동(動)영상으로 토론회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높은 「맹렬」 네티즌들은 직접 현장에 나와 숨을 죽이며 역사적인 사이버토론회를 지켜본다. 이들은 미리 PC통신업체에 참석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이다.
패널들의 질문 내용은 토론회 전에 네티즌들이 보내온 수천통의 질문 가운데 고른 것이다. 토론 분야도 △사회 △문화 △정치외교 △통일 △정보통신 △경제 중에서 투표를 통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약된 세가지를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패널리스트 가운데 3명은 아예 네티즌들이 인기투표로 뽑았다.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네티즌들이 중계를 지켜보면서 PC통신으로 보내온 즉석 질문도 토론회에 반영된다. PC통신의 온라인으로 접수된 질문이나 의견중 괜찮은 내용을 골라 즉시 단상의 패널리스트들에게 전달하고 후보에게 추가로 질문하도록 한다.
2시간 동안 벌어진 사이버토론회는 기존 TV토론회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과 솔직함을 느낄 수 있다. 사이버 토론회는 후보를 바꿔가며 계속 다음날로 이어져 10일까지 진행된다. 대선주자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만 생각했던 신세대 유권자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PC통신의 사이버토론회 코너는 오히려 토론회가 끝난 후에 더 북적댄다. 「러시아워」에 접속하기 힘들어 토론회 장면을 관람하지 못했던 네티즌들이 밤늦게 이곳에 들어와 기록된 내용을 보고 나름대로 한마디씩 「관전평」을 남겨놓고 가기 때문이다.
이번 사이버토론회는 해외교포들도 인터넷을 통해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선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