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햇빛은 여러가지 색깔의 빛이 골고루 섞여 있어서 백색으로 느끼게 된다. 그런데 하늘을 바라보면 약간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비가 온 후 맑게 갠 하늘이나 가을 하늘은 유난히 더 푸르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태양으로부터 오는 백색광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에 닿아서 사방으로 되튄다. 이를 빛의 산란이라고 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기를 이루는 산소 질소 수증기 먼지 등과 같은 작은 알갱이들에 빛이 충돌해 사방팔방으로 되튀는 것이다.
그런데 자외선쪽(즉 파란 쪽)의 빛이 더 잘 산란되고 적외선쪽(즉 붉은 쪽)의 빛은 잘 산란되지 않는 성질이 있다. 파장이 긴 빛(붉은 빛)은 산란 단면적이 좁고 파장이 짧은 빛(푸른 빛)은 산란 단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은 일부 산란된 푸른 빛 때문에 우리눈에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붉은 쪽 빛이 잘 산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 바로 자동차의 뒷부분에 있는 브레이크 등이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도 붉은 색 계통의 빛은 산란이 잘 안되어 멀리까지 전달되므로 뒤따라 오는 자동차에 앞차가 정지한다는 신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저녁놀이 붉게 보이는 이유도 붉은 색의 빛이 잘 산란되지 않고 긴 공기층을 통과하여 우리 눈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저녁 무렵에는 빛이 대기층을 비스듬히 길게 통과하여 전달되기 때문에 산란되지 않고 남은 붉은 빛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왜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일까. 그것은 공기가 건조해져서 수증기나 작은 물방울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따라서 산소 질소 분자와 같은 매우 작은 알갱이들만 이 빛을 산란하므로 자외선 쪽에 더 가까운 빛(파장이 더 짧은 빛)이 더 잘 산란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 하늘이 여름 하늘보다 더 푸르게 보이게 된다.
양인상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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