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0일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잡음만 가득』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시행 1백여일이 지나도록 제 구실을 못하고 전화 가입자의 불만만 사고 있다. 사전선택제는 시외전화를 편리하게 쓰도록 하기 위해 가입자가 자신이 쓸 통신회사를 미리 선택하는 것. 지역번호앞에 ‘082’와 같은 통신회사 식별번호를 누르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소비자보호원 등 소비자보호단체에는 지난 연말부터 통신서비스 관련 고발이 부쩍 늘어 올해들어 하루 평균 1백여건이 접수되고 있다. 이중에서 절반정도가 사전선택제에 관련된 것이다. 한국통신과 데이콤 고객센터에도 사전선택제에 관련된 불만 접수가 밀려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불만 사항은 매일 자기 회사의 시외전화를 쓰라고 전화국 직원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시달림을 받는 것. 이중으로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는 일도 잦다. 자신도 모르게 시외전화 회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전선택제를 통해 시외전화를 바꾸는데 2천원의 변경등록료를 내야하는 것도 문제. 전화가입자가 한달에 평균 6천원 정도의 시외전화를 쓰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다른 통신서비스 신청변경은 대부분 전화로 가능한데 비해 시외전화 변경만은 직접 전화국에 가야 하고 처리기간이 한달이 넘게 걸리는 것도큰 불만사항으로 꼽혔다. 사전선택제가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과열경쟁 때문. 경쟁회사로 고객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상대방 가입자의 명단을 확보해 전화공세를 펼치고 영업직원이 고객의 신상명세를 빼내 허위로 시외전화 변경을 하는 사례까지 있다. 정보통신부의 수수방관도 사전선택제의 파행 운영에 한몫을 하고 있다. 중립적인 변경신청 처리기관을 만들거나 불법영업행위에 대한 규제 조치를 내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는 사업자끼리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뎌지는 것이다. 당초 정통부 한국통신 데이콤은 ‘이용자의 편의를 높이고 공정한 통신 경쟁여건을 만들기 위해 사전선택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전선택제를 시행하기 위한 우편투표를 하는 데만 50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두 회사의 광고 홍보비용을 포함하면 수백억원이 쓰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고 오히려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있어 사전선택제에 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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