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1년. 목성탐사 우주선에서 로봇의 반란이 시작된다. 로봇을 조종하는 컴퓨터는 HAL. 사람처럼 지능을 갖춘 새로운 컴퓨터다. HAL은 우주선의 전자장치를 교묘히 통제해 승무원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고 우주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공상과학(SF)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영화 ‘2001 오디세이’의 줄거리다. 원작자인 아서 클라크는 이 영화에서 미래에 등장할 로봇과 인간의 아마겟돈(대결전)을 실감나게 풀어냈다.
미국 뉴스전문 케이블TV CNN은 최근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인간보다 지능이 높은 로봇의 등장이 예견되고 있다”면서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고 독자행동에 나선다면 인간과 로봇의 대결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CNN은 스위스의 로봇과학자인 유고 개리스가 만든 로봇을 주목했다. 이 로봇은 작동 초기에 여러차례 벽에 부딪혔으나 어느 순간부터 벽을 피해가는 ‘보호본능’을 나타냈던 것이다. 충돌회피 프로그램은 아무도 입력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호본능을 터득했을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구조와 기능을 닮은 ‘아티렉트’(인공지능의 영문조어)가 이르면 30년 뒤쯤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이 이미 ‘뇌의 10년’(미국) ‘뇌의 세기’(일본)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아티렉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티렉트에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보강하면 로봇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 뻔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티렉트의 개발은 로봇이 물리력뿐만 아니라 지적인 면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 이광형교수(전산학과)는 “사람의 대뇌는 저장과 계산 추론 등 크게 세가지 기능을 수행한다”면서 “컴퓨터는 이미 저장과 계산에서 크게 앞서 있기 때문에 추론능력만 보강되면 인간보다 지능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아티렉트를 갖춘 로봇이 ‘진화’까지 시도할 경우 인간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리딩대 케빈 워윅박사(로봇공학과)는 “지능이란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진화능력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지능을 갖춘 로봇은 생존을 위해 인간을 포함한 위협요소에 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봇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을 능가하는 고도의 지능을 갖출 경우 계속 단순노동에 만족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