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술 주도 「보이지 않는」전쟁 시대 돌입

  • 입력 1998년 3월 4일 08시 24분


‘더 이상 숨을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

놀랄만한 정확성과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무기가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은 냉전이 끝난 세계를 다시 ‘무기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생명공학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 골라 살해하는 바이러스무기, 새처럼 날며 정보를 수집하는 로봇의 등장이 예견되고 있다. 수백m 밖에 있는 적의 소총을 탐지해 경보를 울리는 자기(磁氣)센서와 첩보위성을 파괴하는 광선포 개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컴퓨터는 전쟁의 양상을 결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융단폭격에도 살아 남았다’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미공군 찰스 호너장군은 최근 미국방위기술연구소(DARPA)에 기고한 글에서 “2차대전 때는 1년간의 융단폭격으로 50개의 전략목표를 파괴했을 뿐”이라며 “그러나 걸프전에서는 컴퓨터를 장착한 유도탄 때문에 하루 1백50개의 목표를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폭격기에 이어 스텔스전함을 개발중이다.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이 전함이 전파흡수 특수 페인트와 열추적 유도탄을 피하기 위해 섭씨 3백도인 엔진냉각수를 주변 바닷물 온도로 낮추는 기술이 적용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유도탄을 개발, 지난해 실험발사했다.

보병은 나침반 대신 위성위치시스템(GPS)을 휴대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위성이 알려주는 병사의 위치는 오차가 불과 3∼10m. 암흑속에서도 정확한 이동작전이 가능하다.

밤은 쉬는 시간이 아닌 본격적인 전투시간대로 바뀐다. 적외선을 이용해 한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야시(夜視)장비가 곧 일반화되기 때문이다.

‘로봇용병’의 등장도 위력적이다. 미국방부는 적진 깊숙이 투입할 무인정찰기(UAV)를 2004년에 실전배치할 계획.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길이 15㎝의 극소형 비행체(MAV)도 개발중이다. MAV는 반경 10㎞를 시속 20m 속도로 선회하며 적과 장비의 위치를 알려준다.

특정한 인종에만 작용하는 생물무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영국의 군사주간지 제인스디펜스는 미국방부의 비공개문서를 인용, “변종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이 생물무기는 특정한 유전형질에만 작용한다는 점에서 테러국가가 개발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때로는 ‘닭과 달걀’로 비유되는 과학기술과 전쟁. 이들의 연결고리는 아직도 단단하게 묶여 있는 것이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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