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선생님이 PC통신서 「등대」상담소 운영

  • 입력 1998년 4월 26일 20시 24분


“여선생님을 사랑하게 됐어요, 어쩌면 좋죠” “아버지가 맨날 술만 잡숫고 막 때려요” “남학생인데 가슴이 나와서 고민이에요.”

PC통신 나우누리와 유니텔에 ‘등대(go loi)’라는 컴퓨터통신청소년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중앙여고 교사 서영창(徐永昌·46)씨는 사이버공간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느라 퇴근 후에도 쉴 틈이 없다.

서씨는 10년전 일찌감치 컴퓨터통신을 시작해 선생님없이 아이들만 돌아다니는 사이버공간에서 학생들을 계도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학교에서 생활부장을 맡고 가출학생을 술집에서 구출하는 등의 일을 겪으면서 91년부터 직접 사설BBS를 운영, 사이버상담소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PC통신을 통해 얼굴을 맞대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성(性)에 대한 고민을 비롯, 진학 흡연 등의 문제를 전자우편으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구한다.

그러면 서씨는 그동안의 상담사례 등을 설명하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적어 답장을 보낸다. 대개 한두번 답장으로 끝나지만 어떤 때는 7,8차례 전자우편이 오고가는 수도 있다.

서씨는 “PC통신을 사용하는 청소년은 늘어만가는데 사이버상담이 아직까지 본격적인 카운슬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학계에서 사이버상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사이버상담이 어떻게 이뤄지고 요즘 청소년의 고민은 무엇인지를 알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10대들의 고민? 이렇게 극복합시다’라는 상담사례집을 내놨다. PC통신으로 무료 배포 사실을 알리자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에서 보내달라는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서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3백부 밖에 찍지 못해 이 책이 가장 필요한 일선 상담기관에만 선착순으로 나눠주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상담사례집이 필요한 상담기관은 나우누리와 유니텔의 ‘등대’로 직접 신청하면 된다. 전화신청은 피해달라는 것이 서씨의 부탁이다.

〈김홍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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