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정신분석]정도언/잘난 척하는 사람의 심리

  • 입력 1998년 5월 15일 19시 55분


눈꼴이 실 정도로 잘난 척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자신의 의견만 고견(高見)이고 남의 의견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설친다. 또는 자신만이 미모이고 남의 얼굴은 쳐다봐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식이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도 이들이 자랑하는 단골 메뉴.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스튜디오 내부를 들여다본 사람들은 모두 실망한다. 화면에 그렇게 화려하고 우아하게 비치는 실내 장식과 소품들이 모두 조악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화려하게 장식해주는 외적 조건과 화려한 조명이 꺼지면 초라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며 어쩔 줄 몰라한다. 끊임없이 잘난 척하지 않으면 불안해 살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실체다. 자아 정체성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진정 잘난 사람은 마음 속의 정원을 소리 소문없이 꾸준히 키워 나가는 사람이다. 잘난 사람 때문에 쉽게 열받고 그 사람을 미워하며 허송세월하는 사람 역시 마음 속이 허한 사람이다.

정도언(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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