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고급두뇌들의 사장은 개인의 실직 차원을 넘어 앞으로 상당기간 연구인력의 ‘진공화’를 초래해 장기적으로는 국가전체의 과학기술 경쟁력까지 위협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대덕 연구단지 내 대기업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김모씨(35)는 최근 기구축소로 직장을 떠나게 되자 재취업을 포기하고 아예 식당을 개업했다.
김씨는 “대기업들이 한결같이 연구인력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높이’를 현격하게 낮추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아예 직업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굴지의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국내 기업에 스카우트됐던 박모씨(37)는 아예 연구소 자체가 통째로 폐쇄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경우. 박씨는 현재 국내에서 재취업하는 대신 요즘 경기가 좋은 미국에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알아보고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 이후 연구소를 폐쇄하거나 연구인력을 대폭 축소하는 대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 H 연구소가 통째로 폐쇄됐고 같은 단지 내 S 연구소도 전체 연구인력의 3분의1 규모인 1백20명을 감축했다. 또 L 금속연구소와 H 위성연구소도 통째로 폐쇄됐다.
대기업들이 회사 이미지 때문에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연구소 축소가 겉으로 잘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상당수 기업이 연구인력의 대량 감원을 추진, 연구원들의 동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감소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대 공대 박용태(朴容兌·산업공학과)교수는 “이공계 연구인력의 경우 다른 직종과는 달리 6개월 정도만 현장에서 떠나 일을 놓고 있어도 치명적”이라며 “설령 경기가 좋아져 이들이 재취업된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복귀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교수는 이어 “불경기일수록 연구개발분야의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면서 “최근의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국부창출을 위한 국가기술개발기반의 붕괴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고진단했다.
한편 여권은 최근 연구인력의 실직사태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을 현장에 잡아두기 위한 ‘전문가은행’제도의 시행을 추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공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