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메가 싱크로너스D램(SD램)이 지난주 미국 현물 시장에서 사상 처음 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8×8M형 SD램이 최저 9달러25센트에 거래된 것. 64메가SD램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3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품목으로 국내업계에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이미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6메가D램의 경우 최근 최저 2달러선으로 떨어져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가격전망도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
전문가들이 꼽는 가격 폭락의 두가지 결정적 원인은 ‘공급 과잉’과 ‘PC 판매 부진’.
국내 업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잇따라 미국내 반도체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등 64메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당초 감산을 표방했던 일본의 업체들도 증산 방침을 잇따라 내놓으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실정.
설상가상으로 D램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의 경우 최근 1천달러 미만의 저가 PC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고급품인 SD램의 수요가 생각처럼 빨리 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최근 저가PC가 2001년이 되면 전체 PC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또 아시아 지역의 경기 침체로 PC시장이 완전히 죽으면서 D램 신규 수요가 거의 사라진 것도 한 원인.
이 때문에 올초 20달러선으로 출발했던 64메가SD램의 가격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왔다.
올하반기 가격 전망은 전문가마다 엇갈린다. 지난달 인텔의 고속 플랫폼인 ‘PC100’이 발표되면서 64메가SD램의 가격은 13달러선을 유지하면서 하반기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대만업체가 64메가SD램 양산에 가세할 경우 하반기에 더욱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않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일본업체간에 96년 초와 같은 ‘전략적 감산’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산 주장은 국내업체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