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순교수,「꿈의 탄소반도체」특허권 LG에 무상양도

  • 입력 1998년 7월 2일 18시 33분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탄소반도체가 본격적으로 개발된다.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탄소반도체 이론을 발표, 전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대 임지순(任志淳·46·물리학과)교수는 1일 탄소반도체 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를 LG반도체(대표 구본준·具本俊)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LG반도체는 임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 사용중인 기가급 반도체보다 용량이 1천배 큰 테라급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재 가장 앞선 반도체인 1기가D램의 회로선폭은 0.2㎛(1천만분의 2m). 그러나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의 특성상 그 이하로는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

테라급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새로운 소자가 필요하다. 임교수의 탄소반도체에 사용되는 나노튜브의 굵기는 10억분의 1m로 현재보다 집적도가 1만배 이상 높은 신개념의 반도체 개발이 가능해진다. 1기가D램은 신문 8천1백92장을 저장하는 데 비해 1테라 D램은 8백38만8천6백8장을 저장할 수 있다.

임교수의 탄소반도체 이론은 나노튜브를 밧줄처럼 꼬아 합성, 반도체처럼 전기흐름을 제어하는 신물질을 만든다는 것. 임교수의 이론은 영국의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 1월29일자에 3페이지에 걸쳐 소개되는 등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임교수가 탄소반도체 특허에 대한 권리를 LG반도체에 양도한 것은 탄소반도체 이론이 LG반도체와 서울대가 96년부터 공동 추진중인 ‘나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기 때문. 나노프로젝트는 △탄소나노튜브 등 새로운 모형창출 △초미세 소자의 회로 설계 연구 △초미세 소자의 구조와 공정기술 개발 등 ‘꿈의 반도체’를 위한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LG반도체측은 “반도체 산업은 산학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라며 “서울대와 LG의 나노프로젝트는 기초 기술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산학 프로젝트의 모범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탄소반도체 이론의 대가 임교수는 70년 대학입학 예비고사에서 전국수석을 차지했고 서울대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 75년 미국 UC버클리대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85년까지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하는 등 물리학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코스’를 밟아왔다. 86년 귀국한 후 90년부터 서울대 이론물리센터(CTP)의 고체물리이론실장으로 활약하며 반도체와 표면 물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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