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표면은 「첨단과학 집합체」…흠집내야 속도 늘어

  • 입력 1998년 7월 21일 21시 46분


공중을 날아가는 공, 바로 스포츠의 꽃이다. 경기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동그란 공 안에는 첨단과학이 살아 숨쉬고 있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공의 모양 무게 소재 등을 연구해왔다. 연구결과 새로운 공을 만들어낼때마다 게임의 법칙 자체가 바뀌었다. 야구에서 외야수들을 조금 더 뒤로 물러서게 하는 사소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규칙을 새로 만들어야할 정도로 큰 변화를 불러오곤 했다.

질문 하나. 왜 대부분의 공은 표면에 매듭이나 보풀이 있는 걸까. 정답은 공이 날아갈때 생기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기저항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공의 앞 뒤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형상저항과 공기와 공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저항.

공에 작용하는 저항은 대부분 형상저항이다. 따라서 공을 최대한 멀리 날아가게 하려면 결국 형상저항을 감소시켜야 한다. 골프공의 딤플이나 야구공의 솔기, 테니스공의 보풀처럼 표면을 거칠게 하는 이유는 형상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거친 표면이 공 주위의 공기흐름을 매끄럽게 해 날아가는 거리를 늘려주기 때문이다.

골프공의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거나 야구공의 솔기를 없앤다면 공이 날아가는 거리는 얼마나 줄어들까. 놀랍게도 대략 반으로 준다. 딤플이나 솔기같은 「흠집」을 냄으로써 두 배를 날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날아가는 모든 물체의 표면에 작은 돌기를 만들면 공기 저항을 줄일수 있을까. 예컨대 총알의 표면에 돌기를 준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총알의 속도는 줄어든다. 돌기를 만들어도 물체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저항이 감소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

저항감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레이놀즈 수라는 것이다.

물체의 표면에 돌기를 주어 공기저항을 감소시킬수 있는 레이놀즈 수의 범위는 4만∼40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오히려 전체저항이 커진다.

골프공이 날아갈때 레이놀즈 수는 5만∼15만.

시속 1백50㎞의 속도를 자랑하는 박찬호 선수의 야구공은 30만 정도. 이 경우에는 실밥으로 저항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탁구공의 레이놀즈 수는 4만 이하이기 때문에 탁구공의 표면은 일부러 매끄럽게 만든다.

<정영태 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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