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화면앞에 앉은 어린이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밤 8시. 경기도 가평 사설천문대 ‘코스모피아’(0356―85―0482). 15년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작년5월 이곳에 천문대를 세운 이세영(46) 대장은 우선 지구와 우주를 둘러싼 행성, 달, 태양등 기초천문에 대한 강의부터 한다.
“이 사진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달의 모습입니다. 이 쪽이 귀고 이게 등뼈고 저게 발이고…. 자세히 보면 토끼처럼 보여요. 정말 방아찧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강의가 끝나면 고대하던 실제 관측시간. 이대장이 까만 밤하늘에 그림을 그리듯 랜턴빛을 여기저기 뿌리며 별자리 설명을 한다.
“저기 보이는 별이 바로 견우 직녀별이에요. 음력 칠월칠석이 가까워오면 낮은 곳에 있던 밤하늘 미남별 견우가 예쁜이 직녀를 만나기위해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지요. 이 무렵이면 독수리자리 견우별과 거문고자리 직녀별, 백조자리 데네브가 만드는 커다란 직삼각형이 하늘 중앙에 보이는데 이게 바로 유명한 한여름밤의 대삼각형이랍니다.”
보석을 뿌린듯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쳐다보는 어린이와 어른들입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마지막 순서는 천문 관측의 백미인 천체망원경 관측. ‘천체 망원경의 집’인 옥상 돔으로 올라가 목성 토성 금성 등 행성과 별무리인 성단 성운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회사원 김무경씨(38.경기도 구리시)는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지만 우리같은 어른에게도 별관측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즐거워 했다.
별관측은 장마가 끝난 요즘이 제철이다. 비로 씻겨진 맑은 대기가 별을 더 빛나게 하기 때문이다. 우유를 뿌린 것처럼 뿌옇게 빛나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것도 여름 별자리 여행의 매력.
도시의 밝은 조명과 공해에 둘러싸여 ‘별볼 일’이 별로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별자리 여행은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별을 바라보면 일상이 좀 가벼워진다고 할까….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저 별도 사실은 수십 수백만년전에 쏘아보낸 빛이라는 사실을 알면 신기하지요.”
코스모피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오세헌씨(21.연세대 자연과학부2년)는 “현재 밝혀진 별중 가장 큰 별모임인 안드로메다 은하를 우리가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백만년입니다. 2백만년전에 쏘아보낸 빛을 우리가 보는 거죠. 분초를 다투며 살고있는 우리들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알퐁스 도데의 명작 ‘별’에 나오는 대목을 읊조리며 가족이나 연인끼리 밤하늘 가득 펼쳐진 별빛속에서 낭만적인 여름밤을 경험해보자.
‘한번이라도 밖에서 밤을 새워본 분이라면 우리가 잠든 깊은 밤중에 또다른 신비의 세계가 눈뜬다는 것을 알고있을 겁니다. 낮은 생물들의 세상이지만 밤은 바로 그들의 세상입니다’
〈가평〓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