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가 입원 중이어서 이 병원을 자주 찾는 회사원 김모씨(42·서울 종로구 이화동)는 “의사뿐 아니라 행정 직원들도 얼마나 ‘꼿꼿’했었는지를 되새겨보면 오히려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사실 서울대병원의 변화는 어떤 의미에선 ‘선택’이 아닌 ‘강요된 결과’였다.‘재벌병원’의 틈새에서 국내 최정상이라는 위상이 위협받았고 IMF체제로 더 이상 개혁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
지난 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임상교수회의’에서 박원장은 교수들에게 ‘새로운 병원경영마인드’라는 책자를 나눠 주고 새로운 마인드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교수들은 “이런 것(병원 경영)은 병원장이나 하고 일선 교수들은 환자나 열심히 보면 되는 것 아니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최근 병원을 찾은 30대의 한 주부는 “얼마 전 진료기록을 무심히 쳐다보는데 간호사가 ‘이건 환자가 보는 게 아니다’며 면박을 줬다”고 밝히면서 “내가 내 몸의 상태에 대해 알면 안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교수는 “환자가 의사의 실험용 생쥐가 아닌 이상 환자의 ‘알 권리’를 챙겨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이나 오후 3,4시간 동안 많게는 1백명의 환자를 진찰해야 하는 서울대병원의 의사들. 피곤과 짜증 때문에 환자들에게 얼마나 친절할 수 있을까? 의사가 환자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새로운 병원 경영’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