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내부검토 보고서에서 “따라서 반도체분야의 구조조정은 합병보다 개별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업계가 아닌 정부산하 연구기관이 이같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두 회사는 반도체 제작시스템이 서로 달라 합병을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다고 KDI측은 덧붙였다.
KDI는 또 “두 회사를 합병할 경우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동반부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빅딜보다는 개별기업의 부실을 덜어주고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높여 독자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한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를 반도체업종이 주도하고 있다”며 “내년 반도체 수요전망이 밝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분야의 과잉설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을 요구하고 25일까지 단일법인 설립을 위한 경영주체 선정에 실패할 경우 신규여신중단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재계는 반도체경기가 호전조짐을 나타내자 무리하게 빅딜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