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총수, 반도체통합 직접 절충

  • 입력 1999년 1월 5일 07시 14분


반도체 통합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의 정몽헌(鄭夢憲)회장과 LG그룹 구본무(具本茂)회장 두 총수가 4일 전격 회동했다.

반도체 경영주체 평가를 맡은 미국 아서 D 리틀(ADL)사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양 그룹 총수가 만나 의견 절충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

이날 회동에서 양측은 통합원칙엔 의견이 일치했으나 ADL보고서 결과의 인정 등 쟁점부분에선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양측 총수간 회동이 조만간 다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타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총수회동은 ‘전초전’〓4일 오후4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총수 회동엔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양측 구조조정본부장들이 참석.

1시간반에 걸친 이날 총수회동은 주요쟁점부분에서 기존 입장을 고집해 뚜렷한 진전은 없었으나 원칙적으로 △작년 12월7일의 청와대 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ADL의 평가결과에 대한 양쪽의 견해차를 좁히는데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손부회장도 회동 직후 기자에게 “총수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통합을 이루기로 합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만남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이와는 별도로 LG반도체는 ‘ADL보고서 불인정’ 방침에 따라 이미 미 매사추세츠주내 법무법인을 선정한 뒤 제소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다. 현대측은 ‘ADL 합의서 선(先)인정, 후 대안검토’라는 입장. 전경련은 중재안 제시 가능성에 대해 “중재에 나설 전경련이 미리 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부인했으나 어떤 형태로든 중재안을 내놓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은행의 신규여신 중단결정 때까지 기세등등했던 정부는 일단 한발 뺀 채 ‘수수방관’하는 모습이지만 통합결렬 조짐이 보일 경우 재차 ‘칼’을 빼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급부상하는 ‘대안’들〓통합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경영체제에 당장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통합 시너지효과를 도모하는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가 양사를 부문별로 통합하는 방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를 제품 개발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두 회사로 기능별로 분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과 생산을 양사가 나눠 맡되 한 회사처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이 방안은 최근 세계 반도체산업 추세가 설비없이 설계 기술만으로 사업을 하는 ‘팹리스(Fabless)’업체와 주어진 설계 공정대로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업체로 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연구개발(R&D)분야만 먼저 통합하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 R&D 분야를 통합해 협력관계를 다진 후 양사가 이미 투자를 끝낸 2백56메가D램의 설비를 가동시켜 투자비를 뽑게한 뒤 나머지 부문을 통합하자는 방안이다. 일정기간 경영실적 등을 지켜본 후 주인을 가리자는 ‘판단유보안’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경영권을 ‘반쯤 확보한’ 현대 입장에선 경영주체 선정을 백지화하는 이같은 방안중 어느 것도 수용하기 힘들다. 반도체를 넘긴 대신 그에 상응하는 사업을 LG가 취하는 보상빅딜 안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래정·홍석민기자〉ecopark@dong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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