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플롯을 바꾸는가 하면 섣부른 보도를 한 방송사로부터 사과를 받아낸 적도 있다. 지난해 KBS 드라마 ‘야망의 전설’에서 정태(최수종 분)가 죽느냐 마느냐를 놓고 제작진이 가장 신경쓴 것 중 하나가 하루 2백건이 넘는 PC통신 의견이었다.
이런 PC통신이 최근에는 특정프로그램의 종영을 저지하는 압력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SBS가 메디컬드라마인 ‘ER’를 17일부터 종영한다고 밝히자 마니아 시청자를 중심으로 ‘종영 결사저지’를 위한 모임이 구성된 것.
방영기간 중 결성된 유니텔과 나우누리의 ‘ER동호회’는 SBS가 종영방침을 밝힌 직후 ‘사수대’로 성격을 바꿨고 하이텔에서는 1백여명의 발기인을 세워 8일 동호회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들은 TV 컬트드라마의 원조격인 ‘X파일’이 5일부터 다시 방영된 것도 마니아 시청자들의 재방 압력이 큰몫을 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분위기다.
하이텔의 동호회 발기를 주도하고 있는 양경민씨(ID aries)는 “에미상 수상작을 밤12시 이후 편성해놓고서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종영한다는 것은 시청자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나머지 시리즈분도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SBS는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 편성제작부의 한 관계자는 “수입가가 편당 4천달러 이상이어서 지금처럼 광고수입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후속 시리즈분 수입은 어렵다”며 종영방침을 분명히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