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반도체 인수價협상」난항

  • 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48분


반도체 가격협상이 급류를 타고 있다.

LG반도체의 노사분쟁이 타결, 정상조업을 시작함에 따라 LG와 현대측은 8일부터 본격적인 인수가격협상에 착수했다. 양측은 지난 주말 연쇄접촉을 가진데 이어 이날 다시 실무 협의를 갖고 구체적인 자료검토와 함께 협상의 구체적 일정을 논의했다.

현대와 LG 협상관계자는 “주식양수도가격 1차 타결시점을 13일로 잡고 있으며 늦어도 25일까진 협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샅바싸움〓8일 협상에서도 양측은 가격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대는 LG반도체의 주식을 현재 시가에 따라 인수하면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대전자 고위관계자는 “현대는 LG반도체의 총주식 1억5천4백60만주 가운데 LG측 지분인 59%만 인수하면 된다. 현재 시세로 볼 때 1조원에서 1조2천억원정도며 그 이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LG측이 주장하는 시너지 효과나 미래가치는 현재 주가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현대의 기본입장임을 이 관계자는 분명히 했다.

이에대해 LG는 현대측의 주장을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우선 현재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특정시점의 주가가 기업가치를 정상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LG측의 논리. LG반도체에 대한 외국인 주식투자지분이 2%에 불과한 점이 이같은 사실을 반증하며 LG반도체가 확보하고 있는 1조3천억∼1조4천억원 정도의 유동성자금만 해도 주식시가총액에 맞먹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의 주장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LG는 외국평가기관의 자료를 기초로 현재 삼성 대우 빅딜에 적용하고 있는 현금흐름할인방식(DCF)이나 동종업체비교방식 등을 쓸 때 최소한 5조4천억원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불조건 연계협상〓LG는 표면상 ‘현금원칙’불변을 강조하면서도 내심으론 현대가 현금과 병행한 다른 타협안을 제시하면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측도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등 정보통신관련주식의 양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금동원능력엔 분명한 한계가 있어 어떤 형태로든 현금을 대신할 배상빅딜이 불가피한 상황.이 경우 LG측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은 정보통신 관련주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양측은 현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1주년인 25일이전 타결을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승환·홍석민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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