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파이낸스의 한상준(韓相俊·38)사장과 신승호(申承浩·29)과장은 사채시장에서 할인할 수 있는 1천5백여개 업체의 어음 할인금리를 사이버 공간에서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사장은 8년 동안 서울 명동 사채시장을 누빈 경력을 갖고 있으며 신과장은 은행원 출신.
어음할인을 의뢰하는 중소업자와 입맛에 맞는 어음을 찾는 전주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이버 어음할인 시장’(www.cyberb
ill.co.kr)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지금까지 4백여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어음을 할인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짜리 어음을 얼마의 금리로 할인하고 싶다’고 사이트에 띄울 수 있다. 어음을 사고 싶은 사람도 구입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한 상호신용금고는 연 13% 할인금리로 10억원어치의 어음을 사겠다는 구매조건을 최근 이 사이트에 올렸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10여건의 어음중개가 성사됐다.
사채시장은 은행에서 문전박대당한 영세 중소업자와 자영업자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벌리는 곳. 그곳에서 중소업자들은 높은 이자를 물고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어음깡’을 한다.
그동안 사채시장에서 5대그룹 계열사가 아닌 업체의 진성어음(상거래 어음) 할인금리는 사채업자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사채금리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도 어렵고 돈이 급하기 때문에 중소업자는 사채업자가 제시하는 금리로 할인하기 일쑤다.
거꾸로 말하면 중소업자가 사채시장에서 할인할 어음의 유통금리를 사전에 알면 제값을 받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달초 한 중소업자가 한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업체 어음을 정말 월 1.5%로 할인해줍니까? 제가 아는 사채업자는 월 3.0%를 제시하던데요.”
한사장은 금리정보를 잘 알아야 한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은 월 1.5%로 충분히 할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사채업자는 금리정보에 어두운 중소업자나 자영업자에게 고금리를 제시하고 폭리를 취하기도 하니까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