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와 일반 PC용 모니터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분야에서 한국이 선두주자인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일본을 추월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LCD산업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들어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 LG―LCD 현대전자 등 국내 3사는 설연휴에도 공장을 풀가동하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뒤바뀌는 순위〓세계적 통계기관인 ID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FT―LCD 시장에서 지난해 17.5%의 점유율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위로 뛰어올랐다. 삼성이 97년 6위에서 단숨에 5단계나 ‘점프’하면서 ‘만년 1위’였던 일본의 샤프는 2위로 내려앉았다.
96년 11.5%였던 국내업계 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97년 19.9%에 이어 지난해 31.6%로 급성장했다.
TFT―LCD 시장은 전통적으로 일본업계의 독무대였다. 96년까지만 해도 샤프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의 쟁쟁한 10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며 세계시장의 90%를 싹쓸이했다.
그러나 일본이 투자를 미루며 주춤거린 사이 후발주자인 한국이 차세대 라인을 먼저 증설하며 피치를 올렸다. 세계적으로 최근 1∼2년 동안 라인을 새로 증설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LG뿐.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선 양사가 올해 1,2위 자리를 나눠가지며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일본 업계가 12.1인치 시장에 주력할 때 한발 앞서 13.3인치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한 것이 시장점유율을 높인 비결”이라고 설명. 삼성측은 올해 10억5천만달러의 매출 목표를 세우고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킨다는 전략.
지난해 LG전자와 LG반도체에서 분리, 독립한 LG―LCD도 사업 첫해인 올해 10억달러의 매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호전되는 시장 상황〓TFT―LCD 시장은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할 전망이다. 노트북PC의 인기와 함께 일반 모니터용 수요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천2백만장이던 세계 TFT―LCD 시장은 올해 60% 이상 증가, 2천만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자’ 주문이 늘면서 가격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3.3인치 제품의 경우 지난해 4·4분기(10∼12월)에 3백60달러였던 것이 최근 4백30달러까지 올랐다. 14.1인치 제품도 4백10달러에서 4백80달러로 가격이 상승.
작년 상반기 70%의 가동률을 보이던 국내 업계의 생산 라인은 최근 100% 가동 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일부 바이어를 돌려보내야 할 만큼 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국내 3사는 설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고 라인을 돌린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