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반도체빅딜 인수價 신경전 『팽팽』

  • 입력 1999년 2월 18일 19시 11분


현대와 LG간 반도체 인수 가격 협상이 현격한 입장차이로 자율타결이 힘들게 됐다. 현재로선 양사 합의에 의한 인수가격 결정 시한 20일을 지키기가 거의 불가능해 신속절차에 의한 제삼자 결정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양사는 설연휴 기간에도 메릴린치(현대)와 골드만 삭스(LG) 등 협상 대리인을 통해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최대 3조원에 이르는 가격 차이 때문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현대측 입장〓현대측은 LG반도체의 LG측 지분(59%)만큼의 주식가치인 1조∼1조2천억원 외에 한 푼의 프리미엄도 얹어줄 수 없다는 입장.

현대측 관계자는 “국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가치가 8조원, 포항제철도 5조7천억원선에 불과하다”며 “LG반도체의 인수가격으로 5조원을 내세우는 것은 한마디로 억지”라고 밝혔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LG가 주장하는 5조원은 LG반도체를 팔고 난 후 현대전자(주식시가총액 2조8천억원)를 되사고 남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LG측 입장〓당초 5조원 이상을 주장하던 LG는 최근 3조5천억∼4조원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

현대가 주식 가치를 계속 내세우자 LG는 최근 현대그룹내 전 상장사의 현대측 지분과 주식가치를 정리한 자료까지 작성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식시가 총액은 약 8조7천6백억원. 그 가운데 현대측 지분은 약 4조원 정도.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자동차도 우선주를 제외한 주식시가 총액은 9천2백억원으로 현대측 지분만(33%) 놓고 보면 3천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

LG의 한 관계자는 “현대의 논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가치는 3천억원, 현대그룹 전체의 가치도 4조원밖에 안된다”며 현대논리를 반박.

▽타협점은〓업계에선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서 공개 매수를 시도할 경우에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주식 시가만으로 넘겨받겠다는 현대측 주장이 무리라는 게 중론.

그러나 프리미엄을 인정한다고 해도 LG가 내세우는 것처럼 상장가치의 몇 배에 이르는 가격은 상식밖이라는 지적. 재계의 한 관계자는 “6조7천억원에 이르는 LG반도체의 부채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

업계에선 양측이 내세우는 가격은 ‘협상을 위한 가격’으로 결국 2조∼3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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