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는 설연휴 기간에도 메릴린치(현대)와 골드만 삭스(LG) 등 협상 대리인을 통해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최대 3조원에 이르는 가격 차이 때문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현대측 입장〓현대측은 LG반도체의 LG측 지분(59%)만큼의 주식가치인 1조∼1조2천억원 외에 한 푼의 프리미엄도 얹어줄 수 없다는 입장.
현대측 관계자는 “국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가치가 8조원, 포항제철도 5조7천억원선에 불과하다”며 “LG반도체의 인수가격으로 5조원을 내세우는 것은 한마디로 억지”라고 밝혔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LG가 주장하는 5조원은 LG반도체를 팔고 난 후 현대전자(주식시가총액 2조8천억원)를 되사고 남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LG측 입장〓당초 5조원 이상을 주장하던 LG는 최근 3조5천억∼4조원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
현대가 주식 가치를 계속 내세우자 LG는 최근 현대그룹내 전 상장사의 현대측 지분과 주식가치를 정리한 자료까지 작성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식시가 총액은 약 8조7천6백억원. 그 가운데 현대측 지분은 약 4조원 정도.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자동차도 우선주를 제외한 주식시가 총액은 9천2백억원으로 현대측 지분만(33%) 놓고 보면 3천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
LG의 한 관계자는 “현대의 논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가치는 3천억원, 현대그룹 전체의 가치도 4조원밖에 안된다”며 현대논리를 반박.
▽타협점은〓업계에선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서 공개 매수를 시도할 경우에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주식 시가만으로 넘겨받겠다는 현대측 주장이 무리라는 게 중론.
그러나 프리미엄을 인정한다고 해도 LG가 내세우는 것처럼 상장가치의 몇 배에 이르는 가격은 상식밖이라는 지적. 재계의 한 관계자는 “6조7천억원에 이르는 LG반도체의 부채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
업계에선 양측이 내세우는 가격은 ‘협상을 위한 가격’으로 결국 2조∼3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