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들이 한글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포털은 원래 저택의 정문이나 터널의 입구를 가리키는 영어. 인터넷에선 웹브라우저를 띄운 뒤 가장 먼저 접속하는 사이트를 말한다. 네티즌들은 이곳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각종 사이트로 여행을 시작한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길라잡이 홈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야후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달 중순부터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의 한글판 서비스를 시작했고 세계적 포털서비스 업체인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넷스케이프넷센터 등이 올해안에 한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인터넷 시장이 국제적 서비스업체들의 최대 각축장으로 떠오른 셈.
이에 비해 국내 포털서비스 업체들은 경쟁력이 극히 취약해 미국기업들이 본격 진출할 경우 대부분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국내 포털서비스 시장과 인터넷산업이 해외업체들에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보통신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단련한 경쟁력을 국내에서 발휘할 경우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는 것.
문제는 포털을 한번 빼앗기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대부분의 네티즌은 자신의 포털사이트를 한번 정하면 웬만해서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털서비스 고객확보는 미래 인터넷 전자상거래시장으로 가는 ‘직행티켓’인 셈이다.
인터넷 업계는 ‘접속횟수〓광고〓돈’이라는 등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포털사이트 고객확보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이용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인터넷 광고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 같은 미래시장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 이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전자우편게임 등 갖가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97년 94억원에 불과했으나 2000년 4백50억원으로 늘어나고 2002년에는 2천1백억원으로 급증할 전망.
국내에선 네이버, 네띠앙, 한메일넷 등 몇몇 ‘토종’ 포털서비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규모와 인지도면에서 외국업체들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 아이디어는 물론 자본력까지 있어야 하는데 두가지 모두를 제대로 갖춘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술과 서비스면에서 모두 절대 열세인 국내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합전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등을 통해 우선 자금을 확보한뒤 제휴 협력 관계를 맺어 외국업체와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