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칼럼]떠오르는 「중앙집중식 전산처리」

지난 20년간 PC는 놀랄 만큼 성장해왔다. PC뿐만 아니라 통신 네트워크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앙집중식 전산처리 기능이 다시 각광받지 않을까 예측한다. 고성능 컴퓨터를 책상에 설치하지 않고도 고속 네트워크로 강력한 중앙컴퓨터에 연결, 자료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보를 중앙에 저장하고 어디에서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접근법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합법적으로 구입한 음악이 중앙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면 집안에 CD롬이나 테이프를 갖출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E메일 프로그램은 개인이 보유한 PC의 하드디스크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중앙 서버 중 어느 쪽에든 내용을 저장할 수 있다. 중앙 저장장치에 들어 있는 무료 E메일 도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세계 어디에서나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게끔 한 ‘핫메일’의 대인기는 중앙집중화된 정보의 매력을 보여준다. 2천5백만명 이상이 핫메일의 무료 E메일 주소를 갖고 있을 정도다.

정보는 더욱 중앙집중화되고 서버는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점점 더 큰 중앙컴퓨터들이 정보를 저장하게 되고 어떤 컴퓨터를 이용하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PC의 발전이 멈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강력해질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은 불균형이 존재해왔다. 계산 및 저장능력 발전의 대부분은 PC에서 일어났다. 서버도 발전했지만 PC에는 못미쳤다.

앞으로는 서버의 발전이 더 빠를 것이다. 몇년 안에 서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성능이 향상될 것이다.그러나 서버만으로 미래의 전산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통신기반시설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는 빠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선을 통해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러나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집에서 고속모뎀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미국에서조차 먼 훗날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미국내 많은 PC들이 인터넷에 잘 접속하지 않으며 통신요금이 비싼 유럽에서는 접속률이 더욱 낮다.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를 전달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고객과 중앙컴퓨터 사이에 오고가는 자료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앙서버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충분한 성능을 갖춘 PC를 장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모든 자료가 중앙집중화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컴퓨터가 새로운 유형의 자료나 동영상 등을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빠르면서도 동영상을 포함한 컴퓨터게임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원한다. 중앙서버와 연결된 단말기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정보가 중앙에 저장되겠지만 상당량은 PC에도 저장될 것이다. 오프라인 상태에서는 PC를 이용하고 PC가 고장나면 중앙 서버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접근속도는 PC쪽이 더 빠르다. 중앙서버와 PC는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료를 서로 복사할 것이다.

〈정리〓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