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반도체기술’세계 첫 개발…연대 황정남교수팀 개가

  • 입력 1999년 3월 16일 07시 59분


반도체를 구성하는 핵심물질인 실리콘(규소·Si)과 산소(O)를 원자 수준에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증명됐다.

연세대 초미세표면과학연구센터(소장 황정남·黃正男)는 15일 세계적인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지 2월호에 이같은 원자 수준의 조절기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을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센터소속의 여인환(呂寅煥)교수와 포항공대 강명호(姜明昊)교수는 이날 이산화규소(SiO2)를 실리콘 판 위에 투사, 1만분의 1㎝ 크기의 ‘YONSEI’라는 초미세 ‘원자글자’를 써보여 실험적으로도 연구센터의 이론이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센터는 상온(常溫)에서 실리콘이 한 개의 산소 원자와 먼저 결합, 일산화규소(SiO)가 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기가(G) 테라(T)급의 대용량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리콘과 산소를 분자 수준이 아닌 원자 단위로 제어할 수 있는 초미세기술이 선결돼야 한다.

테라급 반도체는 한 변의 길이가 0.1㎜인 정육면체 소자만으로도 지구상의 모든 책 내용을 저장할 수 있는 엄청난 용량. 원자를 조절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가 개발되면 전자계산기 크기의 슈퍼컴퓨터도 만들수 있어 제2의 컴퓨터혁명을 가져오게 된다.

SiO2 결합 및 미세조절 과정은 연구팀이 이미 96년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험적으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했으나 미국 학계의 반발이 거세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피지컬 리뷰 레터가 국내 연구팀의 이론적 증명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면 지금보다 1백만배 이상의 기억용량을 가진 슈퍼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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