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특별좌담]『原電사고 안전교육으로 예방가능』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올들어 영광원전 등 원전사고가 빈번해지면서 국민들이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일은 체르노빌원전사고 13주기로 동아일보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끊임없는 원전의 안전성 여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을 초청, 지상좌담회를 갖고 원전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을 긴급 진단해본다.

이용수교수(사회)〓 26일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13주기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원전사고가 자주 일어나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원전사고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먼저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해 말하면서 국내 원전의 안전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순흥교수〓 체르노빌 사고는 방사능 누출에 약한 원자로 설계와 부실한 관리가 겹쳐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도 사후처리가 늦어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반면 미국 TMI사고는 핵원료가 녹아내린 중대사고였는데도 방사능 유출을 막는 격납용기가 설치돼 있어 인명피해가 없었어요. 국내 원전도 TMI와 같은 경수로 방식이어서 핵연료가 녹는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환경이나 인명피해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내 원전설비는 TMI에 비해서도 10배나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성열박사〓 체르노빌 사고 당시 그곳 원전종사자와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주로 피폭을 당했습니다. 피폭 사망자는 28명, 화재사망이 3명이었습니다. 거주 지역주민들은 정상인에 비해 갑상선암 발병률이 유독 높았으나 다른 질병 발생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 지금의 체르노빌 지역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까.

김장곤이사장〓 체르노빌 사고는 구소련이 원전의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난 4호기는 콘크리트로 봉합해 지금도 관리중이지만 1,2,3호기는 이후 재운전됐습니다. 현재 체르노빌 지역 일부에서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정광모회장〓국민들은 체르노빌의 원자로와 우리 원자로가 전혀 다르다는 과학적인 사실에 앞서 원전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박사〓 체르노빌 사고의 직접적인 피폭 사상자는 2백∼3백명이었습니다. 오히려 원전사고로 인한 사회심리학적인 불안이 커져 혼란이 커졌습니다. 소련당국은 정확한 사고경위와 피폭,손상 정도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체르노빌 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정회장〓 원전사고에 대해 감추고 수습을 미루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우리의 원전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최근 원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장교수〓 올해초 IAEA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국이 작년에 원전 가동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았는데도 고장율은 매우 낮았다며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3월부터 빈번한 고장으로 원자로가 자주 정지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환경이나 인명피해는 없었고 단순 고장이 많았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최근 사회 분위기가 경제성만을 추구하다보니까 원전 종사자조차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를 많이 떠났더군요. 과거 6교대에서 지금은 5교대, 3교대를 할 정도로 사람이 줄었어요. 이러다보니 일이 많고 피로가 많이 쌓여 인재(人災)의 위험이 커졌습니다.

정회장〓 원전 운전원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원전의 불안을 가져옵니다. 국가예산 절감이란 줄일데는 줄이고 늘릴데는 늘려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몇 %를 줄이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원전 만큼은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인력지원이 필요합니다. 사고와 고장도 정확히 구분해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장교수〓 원자로도 필요할 경우에는 정지시켜야 합니다.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운전원이 제때 원자로를 정지시키지 않으면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습니다.

김이사장〓 고장과 사고를 국민이 곧잘 혼동합니다. 원전의 단순 고장은 고장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회〓대화를 국내 원전의 문제점과 현황으로 넘기는게 좋겠습니다.

김이사장〓 우리나라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입니다. 프랑스의 공산당서기장이 원전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은 노동자의 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에너지가 부족해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실업자가 늘기 때문이지요. 현실적인 여건상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원자력에너지 이용은 불가피합니다.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 안전한 설비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무조건 원전을 없애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8%를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국민예산의 18%를 기름 등 에너지를 사는데 사용하는데 이를 아끼기 위해선 원자력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합니다.

장교수〓 어제(22일)는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면서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석탄을 더 쓰면 환경파괴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원전으로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대체에너지인 풍력이나 태양열의 이용율은 겨우 0.8%에 불과합니다.

김이사장〓태양열을 이용하려면 넓은 지역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환경 파괴가 심합니다. 일본은 20기의 원전을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그렇다면 원전의 안전성을 어떻게 봐야합니까.

장교수〓설비 측면에서 방사능 유출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국내 원자로는 심층방어벽으로 5중, 6중으로 차단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고베지진 당시 인근 다까마원전도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요.

정회장〓그렇지만 자동차의 에어백이 사람을 반드시 구조하진 않습니다. 그만큼 철저한 관리와 안전수칙 준수가 중요하죠.

사회〓원전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하는데…

장교수〓원전도 알고보면 3D업종입니다. 물론 원전 사업자는 안전을 최우선해야 합니다. 종사자들의 사기를 올리고 우수한 인력을 흡수해야 합니다. 인센티브도 줘야지요.

유박사〓미국의 경우 원전 관련 소송에서 정부나 기업이 패소한 경우의 대부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입니다. 최근 잇따른 국내원전의 고장도 안전수칙과 관련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어났습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방사능 응급진료체제 마련도 시급합니다. 방사능사고가 날 경우 치료할 만한 시설과 준비가 거의 안돼있습니다. 유비무환의 방사선 사고대책이 필요합니다.

정회장〓민방위훈련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을 보기 힘듭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만 강조하다보면 국민들이 식상해할 수 있습니다. 안전기술의 지속적인 개발과 함께 원자력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에너지절약과 함께 환경단체 등 반원전단체의 주장에도 귀기울여야 합니다.

김이사장〓인간은 음식물을, 국가는 에너지를 먹고 삽니다. 정치가들도 원자력을 국가문제로 인식하고 정당정책으로 장기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 한 원자력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원자력에너지는 기술력 운영능력 국민이해가 삼위일체가 돼야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안전기술 개발도 잘 접목되어야 하겠습니다. 토론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유성렬(柳星烈) 원자력병원방사선종양학과장·의학박사

▽김장곤(金莊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장순흥(張舜興) 한국과학기술원원자력공학과교수·국제원자력기구(IAEA)안전자문위원

▽정광모(鄭光謨) 한국소비자연맹회장

▽이용수(李龍水) 한림대객원교수·전동아일보과학부장(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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