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공무원의 이같은 아이디어가 벤처기업과 연결돼 ‘꽤 괜찮은’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9월 서울 도봉구청 전산실 정수현(鄭壽鉉·41)주임은 민원서류 양식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달라 민원인의 불편과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민원서식 인쇄에 필요한 연간 비용은 기초자치단체가 평균 9백만원, 광역자치단체가 3천만원 이상입니다. 전국적으로는 20억원 이상일 것입니다.”
도봉구청측은 정주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전산실은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했으며 연인원 1천2백여명의 공공근로자들이 자료 입력을 맡았다. 광역단체 서식은 서울시청에서 지원받았다.
7개월의 작업 끝에 올해 4월중순 원판이 완성됐다. 다음 단계는 소프트웨어개발 벤처기업 보인기술이 맡았다. 도봉구청측과 협력관계에 있는 보인기술은 원판을 넘겨받은 뒤 검색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세련되게 처리하는 등 상품성을 높였다. 우리나라 현행법령 54권 전내용을 CD롬에 수록해 편의성도 높였다.
도봉구청과 보인기술이 합작한 제품은 10일 정식으로 출시됐다. 이 CD롬은 전국 2백5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사용중인 각종 민원사무서식 2천여건을 수록하고 있다.
가격은 관공서 구입가격 2만9천7백원과 소비자가격 4만9천5백원. 보인기술측은 최근 각 지자체에 제품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벌써부터 여러 지자체가 샘플을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청이 이달중 1천여개를 계약하는 등 구매계약도 진행중이다.
수익금의 절반은 도봉구청 몫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 부족한 재정 확보에도 적잖이 기여할 전망이다. 6월말 고시될 행정자치부 민원사무처리기준에 따른 업그레이드 버전은 7월경 무료로 제공된다. 02―3471―4891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