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유역 지진안전지대 아니다』…강원대교수 논문

  • 입력 1999년 5월 21일 19시 48분


강원도가 심상치 않다.

올들어 국내에서 발생한 17번의 지진중 9번이 강원도에서 일어났다. 지난 96년 12월13일에는 강원도 영월 지역에서 사람과 건물이 위험하다는 규모 5.0에 근접하는 규모 4.5의 강진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도대체 강원도 일대 땅 밑에는 어떤 ‘힘’이 숨어 있을까.

대한지질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지질학회지’ 최근호에는 동강댐 건설 후보지에서 가까운 문곡지역에 활성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논문이 처음으로 발표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원대 지질학과 이희권(李喜權)교수의 꼼꼼한 연구가 돋보인 이 논문의 제목은 ‘강원도 정선군 문곡지역 단곡단층대의 전자자기공명 절대연령 측정 및 지질구조 연구’.

일반인이라면 무심코 넘겨버릴 난해한 제목이지만 이 논문은 최근 사회적으로 핫이슈로 떠오른 ‘동강댐 건설’ 논란에까지 새로운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논문의 핵심은 지진의 원인이 되는 ‘활성단층’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밝혀낸 것.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지역이 동강댐 건설예정지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20㎞이다.

이교수는 문곡지역의 단층암 시료 5개를 채취해 이중 한 시료에서 80년만전과 20만년전에 이곳 단층이 규모 5.0 이상으로 활동했음을 첨단 절대연령 측정법을 통해 처음 입증해냈다. 지금까지 이 곳을 비롯한 강원도 지역은 활성단층이 없는 안정된 지역이라는게 상식처럼 돼왔다.

원자력발전소 수력댐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시 안전성을 가늠하기 위한 산업적인 의미의 활성단층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의 경우 2백50만년전인 신생대 제4기 이후 활동한 단층을, 미국은 과거 5만년 이내에 한번, 50만년 이내에 두번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지역을 활성단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원전을 들여온 우리나라도 미국식 규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댐 건설시 활성단층 여부를 정밀 조사치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교수는 “97년 연구를 시작할 때 동강댐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면서 “문곡 지역 단층대가 가까운 과거에 활동을 계속 했다면 동강댐 건설 후보지도 지진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 때 핵폐기물처리장으로 선정됐다가 백지화됐던 인천 앞 바다 굴업도 인근지역도 활성단층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활성단층은 4개. 규정이 엄격한 일본은 무려 1만개가 넘는다.

물론 이교수의 절대연령 측정결과만으로 문곡지역과 동강댐 후보지가 앞으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5억년전 퇴적암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에서 활성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특히 지질학계의 통설로 통하는 ‘지진은 한번 일어난 곳에서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처럼 최근 심상치 않게 빈번한 강원도 영월 정선 일대의 지진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교수는 “활성단층을 실증적으로 알 수 있는 전자자기공명(ESR)을 이용한 단층암 절대연령 측정방법도 최근에 개발됐다”면서 “더 많은 측량연구가 이뤄지는대로 강원도 단곡단층대의 비밀이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국내 지질학자들 사이에서도 “동강댐을 건설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지역의 정확한 단층대 연구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 활성단층(活性 斷層)◆

‘단층’이란 땅 속의 수많은 암석들이 뭉쳐 굳어진 돌덩어리가 마치 케익을 잘라 놓은 것처럼 나뉘어 서로 어긋난 형태. 단층 균열면의 움직임에 따라 땅이 꺼지고 흔들리는 지진이 일어나거나 사람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흔들림이 되기도 한다.

특정 지역에서 과거에 아무리 많은 지진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미래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가 되진 못한다. 향후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잠재력은 땅 밑의 단층이 활성단층이냐 여부에 달렸다. 미국에서는 이미 원전 핵폐기물처리장 댐을 건설하기 전에 미리 활성단층 여부를 반드시 조사한다.

국내에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정에 따라 원전 건설 전에는 반드시 활성단층 여부를 조사하도록 돼있다. 학술적인 의미의 활성단층은 지난 1백만년이내에 규모 5.0이상의 활동이 있는 단층을 뜻한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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