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국 개발업체 관계자들은 “검찰이 이달들어 시작한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불법복제 단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 윈도98 엑셀 등 일부 외국산 제품들을 단속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월말까지 이뤄진 민간기업과 대학가에 대한 단속에서는 모든 프로그램을 단속대상으로 삼았으면서도 정부투자기관에 대해서는 단속대상을 한정하는 것은 ‘정부가 모범을 보이겠다’는 당초 약속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 관계자는 “조사기관에서 새로 구성된 단속요원 1백여명에게 단속요령을 교육하면서 국산 및 외국산 제품 간에 차별을 둬도 좋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외국산 소프트웨어들을 단속대상에서 제외한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다면 정식으로 문제삼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개발업체 관계자들은 또 “검찰이 최근 ‘불법복제율 10% 미만, 불법복제 제품 가액 1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입건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기준을 임의로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 그 근거를 따졌다.
개발업체들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검찰이 이달 중순부터 시작한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불법복제 단속.
검찰은 30∼40개 정부투자기관의 본부와 지사에 대한 대대적인 불법복제 단속을 8월말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대검찰청 정선태 부장검사는 “이번 단속대상은 워드프로세서 사무용통합패키지 바이러스퇴치프로그램 통신프로그램 등 4가지”라며 단속 대상을 제한한 사실을 인정했다.
정부장검사는 그러나 “이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상인들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간의 가격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정부기관의 정품 구매 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하반기중 이번에 제외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부기관이 사용중인 불법복제프로그램을 정품으로 교체하는 데는 중앙부처만도 2천억원 가량, 정부투자기관까지 포함하면 모두 2조∼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
정부장검사는 “단속반을 정부 산하기관 전산요원들로 새로 편성한 것은 정부 기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개발업체들은 “정품교체에 필요한 비용이 미리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기업이나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맞받았다.
SPC 관계자는 “불법복제 단속은 컴퓨터 본체에 탑재된 프로그램 목록을 받아 정품 패키지 번호나 라이선스 번호와 대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기밀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불법복제 근절을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이런 식의 어리숙한 대책은 지적재산권 보호에 민감한 외국이 통상압력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