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판매허가가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약사심의위원회의 심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판매방식을 둘러싼 의사 약사의 입장이 대립해 있다는 점이다.
핵심 쟁점은 비아그라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하도록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 양측의 주장에는 각각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의사들은 당연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는 게 기본입장. 발기부전은 질병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것.
아무나 손쉽게 약을 구해 먹을 경우 심장마비나 시력약화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며 특히 청소년이 사용할 경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측은 “심혈관계 환자를 제외하면 안전성이 입증됐는데도 의사들이 비아그라의 부작용만 집중 부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현재까지 비아그라는 600여만건의 처방 가운데 130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가장 대중적 약품인 아스피린의 부작용 비율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라는게 약사측 주장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오히려 암거래가 확산되고 가짜 비아그라가 유통돼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것.
대한약사회 박인춘(朴仁椿)홍보이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기부전같은 민감한 문제를 의사와 상의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고 주위의 시선도 있어 많은 사람이 약국 판매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톨릭의대 정석영(鄭晳永·비뇨기과)교수는 “편리함만 추구하면 의약분업은 왜 하느냐. 약은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의사들 사이에서도 비뇨기과 의사들은 자신들만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고 의사와 약사간의 대립에 일부 제약회사도 가세하고 있다.
비아그라 때문에 고사 위기에 놓인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제조업체들도 비아그라의 약국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의사와 약사단체 사이에 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행법상 비아그라의 약국 판매를 제한할 근거는 없고 그렇다고 내년 의약분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오남용이 우려되는 대표적 약품인 비아그라의 약국 판매를 허용할 수도 없어 고민에 빠져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의약분업이 실시되는 내년까지 비아그라 발매를 아예 연기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비아그라 판매는 탁월한 효능 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돼 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