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단말기 본체만 바꾸면 돈이 적게 들텐데…”라고 생각했지만 단말기 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배터리와 충전기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
삼성 LG 현대 모토롤라 등 국내 단말기업체들은 이처럼 휴대전화기에 들어가는 배터리팩과 통신포트, 핸즈프리 등 부품들을 표준화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휴대전화 단말기는 30여종. 이중 배터리와 충전기를 함께 쓸 수 있는 모델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단말기 바꿀 때마다 다른 배터리팩을 구입해야 한다.
1개에 2만∼3만원 하는 배터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매년 단말기 교체로 인해 낭비되는 배터리 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단말기업체마다 구형 단말기에 사용했던 배터리들을 창고에 수북히 쌓아놓고 있는 실정.
배터리팩이 표준화되면 사용자들은 휴대전화기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아무 충전기에나 꽂아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반드시 모델에 맞는 충전기를 찾아야만 충전이 가능하다.
통신포트도 마찬가지. 이동통신업체들은 요즘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연결하는 무선데이터통신을 선전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이를이용하려면 단말기 모델마다 다른 통신포트를 구해야 한다.
일부 단말기는 통신포트가 아예 시중에 나와있지 않아 인터넷이 ‘그림의 떡’인 경우도 있다.
차량에 부착하는 핸즈프리도 휴대전화기 모델마다 다르다. 이 때문에 단말기를 바꿀 때 핸즈프리도 함께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단말기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적 낭비와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올만 하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