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나우누리에서 근무하는 강승순씨(29)와 이종호씨(29)의 하루는 게임에서 시작해 게임으로 끝난다.
이들의 직업은 게임마스터. 네티즌이 좋아할 만한 게임서비스를 개발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게 일이다. 직장내 다른 동료들에게는 월급을 받아가며 게임을 즐기는 행복한 샐러리맨으로 통한다.
하루종일 게임 속에 빠져 허우적대곤 하지만 지겹지는 않다고 한다. 오히려 투철한 프로의식을 발휘해 근무가 끝난 밤시간대나 휴일을 이용해 인터넷게임방을 찾아가기도 한다.
“게임이 지겹지 않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럿이 함께 참여하는 네트워크 게임을 하다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도 익힐 수 있죠.”
95년 입사한 강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96년 입사한 이씨는 지난해 봄부터 게임마스터 일을 해오고 있다. 온라인 게임서비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살펴보는 것이 이들의 중요 일과. 네티즌들을 다른 곳으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적들의 동태’를 상세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내에선 게임도사로 통하는 이들도 가상공간에선 그저 이름없는 게이머일 뿐이다.베스트100위안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일 정도. 강씨는 “100위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게 유일한 불만”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는 적지않은 직원들이 게임마스터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 안될까’ 하며 기웃거리지만 이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왜 양보합니까.”
게임마스터 경력 1년4개월째인 이씨는 연애도 주로 인터넷게임방에서 한다. 처음엔 불평을 늘어놓던 여자친구도 이제는 익숙해져 함께 게임을 즐긴다.
강씨 등은 “우리 회사의 게임서비스를 고수들간의 불꽃 튀기는 최고의 대결장소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02―590―3816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