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명예퇴직자 대학생…. 서로 직업과 나이는 다르지만 골프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동호회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지난해 11월 창업을 결심했다. 각자 취미로 수집해온 골프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면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제의에 귀가 솔깃해진 것.
평화은행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5월 명예퇴직한 김태우씨(35)는 “퇴직한 뒤 막연하게 인터넷 사업을 구상하곤 했는데 골프동호회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토털골프코리아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골프 웹사이트 운영과 프로선수 관리. 이미 서아람 박현순 연용남 등 골프선수 8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2년쯤 뒤에는 종합 스포츠 마케팅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
창업을 한 후에도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어서 갑작스럽게 소집되는 번개모임에도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데다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처럼 요즘 PC통신 동호회를 통해 창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수년전만 해도 10,20대가 주축이었으나 ‘PC통신의 생활화’가 진행되면서 30∼50대 중장년층과 여성들의 참여가 늘고있는 추세.
같은 취미를 매개로 결성되는 PC통신 동호회에는 전문가 수준을 능가하는 매니아도 상당수 있으며 회원이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동호회도 적지 않다.
상업성보다는 순수하게 취미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IMF 경제난을 계기로 회원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나우누리 관계자는 “IMF로 실직자들이 속출하면서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창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텔에 따르면 IMF사태 이후 동호회를 통해 창업한 사례는 대략 50여건에 이른다. 스키동호회 출신들이 스키 웹진을 공동 운영하거나 발명특허동호회 회원들이 벤처기업을 차린 경우가 대표적.
유니텔 관계자는 “동호회를 통해 창업하면 다년간의 취미생활중 축적한 정보량과 충분한 준비기간, 우호적인 소비자집단의 확보 등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요즘에는 창업을 목적으로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PC통신업체들도 안정적인 가입자 확보 차원에서 게시판 대화방 자료실 등을 개설해주고 장려금까지 지급하는 등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 동호회를 통한 창업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