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정보통신(IT) 애널리스트 조지 길더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전세계 정보통신 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거인 MS와 인텔의 몰락을 예언한 이 보고서는 ‘시스템온칩’의 등장을 전제로 한 것.
시스템온칩은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모뎀 등 각종 멀티미디어용 부품과 반도체가 하나의 칩에 탑재된 반도체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온칩이 등장하면 기존 전자제품의 개념 자체가 바뀌는 디지털 혁명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의 지각 변동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세계 전자업계는 시스템온칩 개발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PC의 개념이 바뀐다〓조지 길더는 휴대용PC가 보급되는 2005년경에는 무선통신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나 퀄컴사 등이 세계 최대의 PC업체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손에 들고 다니면서 문서 처리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휴대용PC가 현재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스템온칩 개발 이후 닥쳐올 변화다.
삼성전자 황창규(黃昌圭)부사장은 이에 대해 “데스크톱PC가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휴대용PC의 등장은 당연하며 PC는 역할에 따라 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 경쟁 한창〓삼성전자와 인텔을 비롯해 내셔널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 NEC 히타치 IBM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부분의 거대 전자업체는 모두 시스템온칩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군소업체의 경우에는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97년 스코틀랜드에 설립된 지적재산권거래소(VCX)는 전세계 수십개 반도체업체들이 모여 시스템온칩 개발을 위해 기술을 사고 파는 ‘시장’이다.
일본 소니와 오키전기, 미국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이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정부가 주도하는 차세대 시스템온칩 개발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내셔널세미컨덕터는 최근 ‘IA(Information Appliance)온어칩’을 발표해 전세계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IA온어칩은 PC 메모리를 제외한 40여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칩에 통합한 것으로 본격적인 시스템온칩의 전초단계.
▽인텔이냐, 삼성전자냐〓전문가들은 메모리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에서 기술력으로 다른 업체를 압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차세대 제품을 제패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삼성전자 이방원(李芳遠)연구위원은 “반도체 가운데 가장 신뢰성이 약한 제품이 바로 메모리반도체”라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가진 업체가 가장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측은 시스템온칩 개발로 2005년경에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선다는 포부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