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하루는 권총 모양의 ‘디지털 온도계’를 고기 생선 등 150여가지 식재료 앞에 들이대고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된다. 온도계 총구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목표물’에 맞는 즉시 액정화면에는 ‘2.003’ ‘180.445’ 등 온도가 표시된다. 재료 하나 체크에 걸리는 시간은 1초 안팎.
“음식맛은 온도가 절반이죠. 최근 디지털 온도계가 도입되면서 재빨리 정확한 온도를 잴 수 있어 손님상에 내놓는 음식맛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임씨의 디지털 온도계 예찬론.
냉동 음식은 섭씨 영하 18도 이하, 냉장 음식은 영상 2∼4도를 지켜줘야 요리를 해놔도 제 맛을 낼 수 있다.
또 스테이크는 220도, 스파게티는 100도, 샐러드는 4∼5도가 가장 맛있는 온도. 일류 식당에 가면 허리춤에 온도계를 차고 있는 주방장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기존의 아날로그 온도계는 체크 범위가 영하 10도에서 100도까지 밖에 안되는데다 한번 재는데 10초씩 걸려 불편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 디지털 온도계는 영하 32도∼영상 540도, 소숫점 아래 두 자리까지 잴 수 있어 크림소스처럼 0.1도 차이에도 맛이 달라지는 음식을 재는데 안성마춤이라고 임씨는 말한다. 크림소스의 적정온도는 70.11도.
요리에 디지털 온도계를 쓰는 식당은 T.G.I.가 유일. 97년 6월 국내 처음으로 디지털 온도계를 들여왔으며 최근 서울시내 12개 전매장으로 확산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