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 99]에릭슨 속도-삼성 시스템 앞선다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9시 33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의 통신박람회 ‘텔레콤 99’는 21세기 통신혁명의 주인공이 될 IMT 2000기술의 각축장이다. 세계적 전자통신 업체들이 그동안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비밀리에 개발한 IMT 2000의 실력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행사가 된 것이다.

전세계 어디서나 음성 통화와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고 동영상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꿈의 이동통신 ‘IMT 2000’을 향한 기업들의 경쟁은 뜨겁다. 참가업체 대부분은 IMT 2000 시스템 장비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아직 단말기를 개발하지 못한 업체는 모형을 통해서라도 개발 중인 단말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밝혀진 실력을 보면 속도면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에릭슨. 에릭슨은 IMT 2000의 상용화 수준인 384kbps속도의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휴대전화 단말기가 없어 컴퓨터 화면으로 이 기술을 실현했다.

그 다음은 국내업체들의 몫이다. 비록 속도는 에릭슨보다 떨어지지만 시스템에서 단말기까지의 모든 장비들을 자체 개발해 시연회를 가진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삼성이 유일하다.

파나소닉과 모토로라도 IMT 2000 시연회를 펼쳤지만 전송속도가 삼성의 144kbps보다 떨어지는 64kbps 수준. 비슷한 급의 LG부스에도 참관객들이 늘 북적댄다.

IMT 2000의 목표인 전세계 어디서나 단말기 하나로 통화할 수 있는 ‘꿈’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IMT 2000 세계 표준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수. 그러나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투입해 독자적 기술을 개발해온 기업들이 자신의 방식을 포기하고 세계 표준에 동의할 가능성이 희박해 ‘전세계 하나의 단말기’에 대한 기대는 ‘희망사항’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때문에 기업들은 표준화 무산을 전제로 IMT 2000이 구현할 수 있는 또다른 시장인 무선 인터넷(wireless internet)분야에 보다 열성을 쏟고 있다.

기존의 전화가 음성 위주였다면 IMT 2000이 구현하는 통신은 음성과 고속 데이터통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통신체계. 샤프와 모토로라는 이번 전시회에서 각각 ‘아이크루스(icruise)’와 ‘이미지폰(imagephone)’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무선인터넷 솔루션을 선보였다. LCD화면이 부착된 전자수첩 형태의 장치와 휴대전화가 결합된 이 제품은 폭발적으로 신장하고 있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겨냥한 제품으로 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이밖에 전화기에 LCD화면과 키보드를 부착한 ‘인터넷 폰’, 별도의 케이블없이 휴대전화와 PC를 무선으로 연결해 고속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브루투스(bruetooths)’도 눈길을 끌었다.

LG정보통신 김도현(金道現)기술전략실장은 “이번 ‘텔레콤99’는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결합한 차세대 네트워크가 21세기 기술개발 전략의 핵심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네바〓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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