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장비업계 '틈새시장'서 목돈 벌어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8분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는 한 벤처기업 사장은 최근 인터넷 관련 시장을 두고 “마치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본격적인 인터넷시대가 왔지만 정작 인터넷과 직접 관련된 업체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반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는 것을 빗댄 말. ‘골드러시’로 서부행 마차 행렬이 줄지을 당시 채금업자보다 청바지업자가 오히려 떼돈을 벌었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서비스업체(ISP)를 비롯한 인터넷관련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면 이에 필요한 장비의 수요는 즉각적으로 시장에 반영된다. 국내 네트워크장비 업계는 외국의 대기업이 신경쓰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 PC방등 수요 폭발 ▼

▽네트워크 장비수요 폭발〓두루넷 드림라인 하나로통신 한국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터넷 장비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초당 몇 Mbps를 전송하는 초고속 인터넷서비스가 본격화할 경우 인터넷 업체들은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장비도 날로 고성능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

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방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장비업체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 매출 80% 늘기도 ▼

▽국내업계, 틈새 시장 공략에 주력〓현재 국내 통신장비시장은 수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한 시스코시스템즈 루슨트테크놀러지 스리콤 등 외국계 메이저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지명도에서 뒤지는 국내 업계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태.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한아시스템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80% 증가한 155억원. 한아시스템은 전원을 이중화하는 등 백업시스템을 강화한 제품으로 현재 PC방용 장비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PC방 업자들이 장비가 고장났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했던 것.

데이터 전송장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웰링크도 올해 예상매출액 250억원에 3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이같은 수치는 지난해보다 76% 이상 신장한 것.

다산인터네트는 최근 한국통신의 대용량 통신처리시스템(AICPS)의 라우터장비 독점 공급권을 획득하는 등 지난해보다 240%가 늘어난 120억원의 매출에 3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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