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2와 MBC, SBS 등 공중파 TV 4개 채널이 96∼97년 방영한 건강정보프로그램 191편 가운데 32편(16.8%)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정보를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2편 중 12편(6.3%)은 아예 건강에 해로운 행위를 권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의학회(회장 지제근)는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김문원)과 공동으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건강보도의 실태와 개선 방안’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대한의학회는 산하 17개 학회에서 공중파 TV 건강정보프로의 과학적 건전성과 유해성 등을 평가 조사해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다음은 TV의 잘못된 건강 정보에 대한 보고서의 지적.
▽KBS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저주파 및 적외선 치료기를 설명서대로 사용하면 부작용이 없다’〓화농성 염증이나 암 등은 이 치료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질병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MBC ‘굿모닝 코리아’의 ‘눈밑 지방이 많으면 안구 건조증을 일으킨다’〓오히려 지방 제거술이 안구 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KBS2 ‘난치병 두렵지 않다―한국의 한방명의’의 ‘과도한 성생활이 중풍의 한 원인이 된다’〓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정보다. 또 중풍을 예방하려면 경구 피임약을 피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도 잘못된 것.
▽MBC ‘뉴스데스크’의 ‘코마 환자를 소생시키는 데 음악의 파장을 이용한다’〓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KBS1 ‘뉴스 9’의 ‘피부가 얇아지면 골다공증을 의심해야 한다’〓피부가 얇아지는 것은 폐경에 따른 자연 현상에 불과하다.
▽SBS ‘명의특강―암, 과연 불치병인가’의 ‘암은 T임파구의 기능 상실 때문에 발생한다’〓암의 발병 원인은 다양하므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학의학회는 이같은 사례에 대해 “TV의 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건강 정보는 엄청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매체간의 경쟁이 지나쳐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방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