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밤 ‘제1회 해커왕중왕대회’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kof.hackerslab.org)에 ‘MAT’란 이름의 해커가 돌연 등장했다.
대회 5일째인 이때까지 500여명의 내로라하는 해커들이 140여 시간의 혈투를 벌이며 첨단 해킹기술을 겨루고 있었다. 남아있는 마지막 고지는 ‘루트(root)’. 홈페이지의 주인이 1000여 번이나 숨가쁘게 바뀔 때 MAT는 참여하지 않은 채 구경만 하고 있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7일 대회 종료 2시간을 남겨놓고 ‘루트’의 주인이 3분에 한번씩 바뀌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종료 한시간 전 구경만 하던 MAT는 단 한번의 공격으로 ‘루트’를 차지했다. 그는 5분 간격으로 해킹방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며 총공격해오는 해커들을 막아냈다. 수십명의 해커들이 떼거리로 공격해도 여유있게 방어했다.
MAT에게 마지막으로 ‘루트’를 빼앗긴 중학생 해커가 오후 10시 종료시간을 바로 앞두고 MAT의 방어망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MAT는 역시 난공불락.
MAT는 그러나 국내 최고수 해커왕에 오르자마자 대회 홈페이지에서 종적을 감췄다. 인터넷으로 대회를 구경하던 전국의 네티즌과 해커들은 ‘그는 진정한 해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커들은 자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 대회를 주최한 시큐어소프트의 해커스랩이 8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연 시상식에도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회 주최측은 끈질긴 추적으로 MAT가 26세의 오모씨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를 설득해 12일 인터넷(www.hackerslab.org) 채팅을 통해 대회에서 쓴 해킹전술과 방지기법을 전국 네티즌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단, 그의 신상을 밝히지 않는 조건.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