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신에 인터넷상에서 기능하는 ‘사이버 화폐’가 등장할 전망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도 “인터넷 시대에는 사이버 화폐가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이버 화폐는 달러 원화 엔화 등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화폐. 인터넷상의 개인 전자지갑에 보관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미국의 뉴스전문 웹사이트 MSNBC는 사이버 화폐가 대중화되면 화폐 발권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능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사이버 화폐의 발권을 놓고 중앙은행과 일반 업체가 맞설 수도 있다.
사이버 화폐를 처음 선보인 쪽은 일반 업체였다. 미국의 한 암호전문가가 설립한 ‘디지캐시’는 9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이버 화폐를 만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새 회사 ‘사이버 캐시’ ‘퍼스트 버추얼’ 등이 등장해 디지캐시와 경쟁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마당에 꼬박 꼬박 세금을 무는 미국보다는 버뮤다 같은 면세지역에 자금을 예치해두고 버뮤다 은행이 발행하는 사이버 화폐를 즐겨 사용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미 달러화의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사이버 화폐를 만드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다만 사이버 화폐는 자금추적이 불가능해 범죄조직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도입시기가 늦춰지고 있을 뿐이다.
사이버 화폐가 남발되면 자금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도 사이버 화폐의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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