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한의대 반발배경]한약사 '시험자격' 또 영역싸움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0시 15분


내년 2월 처음 실시되는 한약사시험 제도에 대해 약대와 한의대가 모두 반발하는 등 한약사시험이 시작도 되기 전에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94년 약사의 한약 조제권 문제로 약사와 한의사 간에 일었던 ‘한약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한약사시험이 오히려 분쟁의 불씨가 된 것.

당시 복지부는 한약사제도를 도입하면서 한약학과 전공자 외에 97년 3월 경과조치를 통해 96년 이전 입학한 약대생에게도 응시자격을 주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금껏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가 한약학과 졸업생 29명의 첫 배출과 원서 접수기간(29일∼12월3일)을 목전에 두고 17일 한약사관련 과목의 범위 및 인정기준을 발표했다. 내용은 기존의 법정 20개 과목 이외에 한약학과가 설치된 경희대 원광대 우석대 등 3개 대학의 71개 전공과목만을 한약관련과목으로 추가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의해 응시자격을 박탈당한 95, 96학번 약대생 2500여명이 크게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

이들은 “94년 복지부 자료에 명시된 20개 필수과목을 이수했으며 기타과목도 ‘학과목에 대한 세부결정은 소관대학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발표에 따라 대학별로 시험에 대비해 왔다”며 “그런데 졸업을 목전에 두고 복지부가 느닷없이 새 기준을 만들어 약대생의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했다”고 주장한다.

한의사쪽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약사제도의 취지가 한약의 관리와 취급을 전문가인 한약사에게 전담시키자는 것이지 약사가 한약사 면허를 따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1전공 1면허’원칙에 따라 한약학과생의 약사시험 응시는 막으면서 약대는 관련과목만 이수하면 한약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사실상 약대생의 시험응시를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와 한의대생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2000여명이 넘는 한약사가 배출돼 한약 조제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

복지부는 이에 대해 “96년 한약학과가 생길 때 커리큘럼이 정해지지 않아 시험과목을 미리 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정치권의 입김과 이해집단의 압력에 휩쓸리며 사전에 시험 및 응시자격을 정하지 않아 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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