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세종로 중앙분리대에서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황병기 작곡의 서곡 ‘우리는 하나’가 울려퍼진다. 여러 이동전광판에 변산반도의 20세기 마지막 일몰 모습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천년의 마지막 햇빛을 불씨로 호송해온 오토바이 500대가 도착한다. 점화자가 이순신장군 동상 앞 화대(火臺) 위 천년의 횃불에 점화한다.
11시25분, 꼭꼭 잠겨 있던 광화문이 열리며 사물놀이패 500명이 ‘천년의 행렬’을 엮는다. 차량 머리에 12지상(支像) 중 하나의 동물 장식을 단 대형 트레일러 24대가 ‘가는 천년 행렬’과 ‘오는 천년 행렬’ 퍼레이드를 벌인다.
다음 순서는 ‘은하계에서 온 특사’ 편. 국악의 집박 소리에 맞춰 1999개의 연이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UFO의 서울 출현을 알리는 순간 교보빌딩 옥상에 UFO가 나타난다. 관객은 UFO와 맞서 싸우자는 쪽과 평화롭게 맞이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대립하다 결국 거리 전체에 평화의 환호가 울려퍼지면서 사물놀이 연주가 절정에 이른다.
이어 ‘천년을 보내는 마음’편. 대금 반주 속에 국창 한 명이 노래를 부른다. 모든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천년의 불’도 사그라든다. 천년의 시간이 다하고 새천년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것.
드디어 2000년. 0시를 넘기면서 전국 산부인과 병원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전광판으로 중계돼 울려퍼진다. ‘새 천년의 생명’편. 이어 “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합니까. 전쟁…. 아닙니다. 우리가 이 아이에게 물려 주어야 할 것은 바로 평화입니다”란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어 UFO에서 나온 외계인도 관객들과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한다.
이어 2000명의 ‘새천년 생일 잔치’가 벌어진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4가지 이색행사▼
새천년 카운트다운 행사는 12월31일 밤 서울 광화문과 삼성동 아셈빌딩, 인천국제공항, 제주 성산 일출봉에서 펼쳐진다.
▽광화문 거리 새천년 시계추〓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에 30m의 거대한 시계추를 늘어뜨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0시 1분 전 광화문 거리의 모든 불빛과 소리가 멈추고, 시계추가 흔들리면 레이저 빔이 교보빌딩 벽면에 카운트다운 숫자와 그래픽을 수놓는다.
▽아셈빌딩 점등〓서울 삼성동 테헤란로에 있는 40층 건물에 0시10초 전부터매초4층 단위로 불이 켜진다. 이어 빌딩 앞의 분수가 불꽃분수대로 변하고 ‘즈믄해 춤’ 공연이 펼쳐진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즈믄이 2000명 ‘비상’〓‘지휘자’의 수신호 카운트다운에 따라 인천 지역 남녀 2000명이 비행기 날개 모양의 대형을 이뤄 활주로를 질주한다. 1900년에서 2000년까지 10년 간격으로 표시된 숫자판을 가로지를 때마다 불꽃이 터진다.
▽제주 성산 일출봉 ‘빛과 소리의 축제’〓12월31일부터 역사의 상흔을 위무하는 진혼굿이 펼쳐지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일출봉을 중심으로 하늘 바다 육지에서 주민과 수천 척의 배가 참가하는 ‘빛과 소리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