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낙양동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원예업자 임모씨는 최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인근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 때문에 장미가 스트레스를 받아 묘목이 고사하고 생산량이 줄었다”며 재정신청을 냈다.
동물의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보상 요구와 이를 인정한 사례는 몇차례 있었지만 식물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보상요구는 이번이 처음.
조정위는 10일 “소음 및 진동이 식물에 미치는 피해 정도에 대한 연구사례가 보고된 바 없고 스트레스로 인한 장미의 피해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며 임씨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그렇다면 조정위의 이번 결정은 ‘식물은 소음과 진동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뜻일까. 이와관련 식물생리학자들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뜻이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며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이정식(李正植)교수는 “과학적으로 엄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줬을 때 식물의 성장이 촉진되는 ‘모차르트 효과’를 역으로 생각하면 식물과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물은 주위가 시끄럽거나 진동이 심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에칠렌’이라는 독성물질이 형성돼 성장이 지체되거나 심하면 죽기도 한다는 것. 대도시 가로수의 낙엽이 일찍 떨어지는 것도 자동차 소음이나 진동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이병기기자> watchdog@donga.com